[아프리카는] ⑾'뭉쳐야 잘 산다' 대륙의 단일시장 꿈

연합뉴스 2025-01-24 08:00:10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 엠블럼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들이 경제 협력을 위해 손잡는 국제기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유럽연합(EU), 메르코수르(MERCOSUR·남미공동시장) 등 곳곳에 존재한다.

특히 27개 회원국을 둔 EU는 역내 물품과 서비스의 자유로운 이동으로 유럽의 경제 발전에 기여했다.

아프리카 국가들도 아프리카대륙자유무역지대(AfCFTA)를 앞세워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2021년 발효된 AfCFTA는 아프리카 55개국의 연맹체 아프리카연합(AU)이 장기적으로 추진하는 핵심 프로젝트다. AfCFTA 본부는 가나 수도 아크라에 있다.

아프리카 대륙에서 관세를 점진적으로 철폐해 궁극적으로 단일시장을 만들고 세계 시장에서 아프리카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여기에는 아프리카가 고질적인 빈곤의 늪에서 벗어나려면 역내 국가들이 똘똘 뭉쳐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AfCFTA는 규모로 볼 때 잠재력이 크다.

AU 55개국 가운데 에리트레아를 제외한 54개국이 서명했다.

서명국 기준으로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가 출범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자유무역지대다.

AfCFTA 서명국들의 총인구는 14억명이 넘고 국내총생산(GDP) 총합은 3조4천억 달러(약 4천930조원)나 된다.

그동안 아프리카 국가들의 역내 무역 활성화는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인접 국가와 교역을 많이 할수록 물류비 절감 등 이득을 볼 수 있지만 2023년 기준 아프리카 국가들의 무역에서 역내 교역 비중은 약 15%에 불과했다.

EU(약 70%)나 아시아(약 60%)와 비교해 크게 낮은 수치다.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자유무역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도로, 철도, 공항 등 기반 시설이 열악하고 제조업 등 산업 수준이 낮은 국가가 많은 탓에 다른 대륙에서 수입하는 규모가 크다.

이런 점에서 아프리카가 역내 교역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교통 등 인프라 확충이 이뤄져야 한다.

일부 국가에서 관료들의 과도한 규제와 부패도 교역의 장애물로 지적된다.

그러나 AfCFTA가 아직 걸음마 단계라는 점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의 행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시범 운영 참가국은 2023년 카메룬, 이집트, 가나, 케냐, 모리셔스, 르완다, 탄자니아 등 7개국에서 2024년 말 30여개국으로 늘었다. 이는 아프리카 내 경제 협력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반영한다.

르완다의 차밭

AfCFTA에 따른 교역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2024년 9월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차 400㎏, 커피 400㎏, 식용 아보카도 오일 100ℓ, 꿀 50ℓ를 실은 르완다 항공기가 가나에 도착했다. 앞서 같은 해 7월 카메룬에서 알루미늄 덩어리 약 100t이 컨테이너선에 실려 알제리로 이송됐다.

아프리카는 빠른 인구 증가와 높은 청년 비율, 풍부한 광물 등으로 세계 경제의 '마지막 성장 엔진'으로 불린다.

대륙의 자립 의지가 담긴 AfCFTA까지 순항한다면 아프리카가 경제 발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 것으로 기대된다.

noj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