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한인 밀집지역 인근에 또 이민자 텐트 몰리나

연합뉴스 2025-01-24 04:00:10

미국 '국경 폐쇄'로 멕시코 수도에 '이주민 풍선효과' 우려

美추방자들, 대도시로 이동 경향…멕시코시티 "복잡한 상황 눈앞에"

멕시코 북부 도시에 설치 중인 이주민 임시 거주시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이 미국내 불법 체류자 추방에 속도를 내면서 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에서 추방당하거나 당초 미국으로 향하던 이민자들이 대거 멕시코시티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특히 한인 상가 밀집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 대규모 텐트촌을 형성했던 작년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3일(현지시간) 한인 커뮤니티, 멕시코 일간 엘우니베르살,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출범 첫 주부터 국경에 군 병력을 파견하기로 하고 강력한 불법 체류자 단속 및 멕시코로의 추방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고 나섰다.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30여시간 만에 이주민 460명을 붙잡았으며, 당초 계획됐던 해외 난민들의 미국행 항공편 역시 무더기로 취소됐다고 전했다.

CNN방송은 한때 설치 중단됐던 리오그란데강(멕시코 명 브라보강) 텍사스 지역 '수중 장벽'이 이번 주에 새롭게 추가된 모습을 무인비행장치(드론)로 포착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멕시코 북부 미 접경 도시에는 미국에서 불법 체류를 하다 추방된 이들의 숫자가 점점 늘고 있다.

에네마스(N+)를 비롯한 멕시코 현지 방송은 국경 검문소를 넘어오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이민청에서 이민자들 신원을 확인한 뒤 임시 거주시설로 데려가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보안이 상대적으로 느슨한 멕시코 남부에서는 중남미 타국 출신 이주민들이 북부를 향해 계속 이동하고 있다.

미국 접경 멕시코에 마련된 '사망 이민자 추모 공간' (2023년 5월 촬영)

샌디에이고와 가까운 티후아나에 도착한 베네수엘라 출신 마옐리는 엘우니베르살에 "멕시코 남부 타파출라 이민청에서 12일간의 멕시코 체류 허가를 받았고, 미국 사전 인터뷰 신청 앱(CBP ONE)을 통해 정상적으로 절차도 밟았다"며 "하지만 인터뷰는 취소됐고, 이젠 발이 묶여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멕시코 당국은 트럼프 취임식 당일인 지난 20일 미 당국과 인터뷰 예약이 잡혔던 인원이 티후아나에서만 최소 100명인데, 모두 예정대로 진행하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에는 대도시인 멕시코시티 이동을 고려하는 이들이 많다고 현지 언론은 부연했다.

실제 트럼프 1기 정부 당시에도 북부 국경에서 막힌 이민자와 미국에서 추방된 이들이 멕시코 수도권으로 대거 이주한 전례가 있다.

미국에서 멕시코로의 이주 흐름 역학 관계를 연구한 클라우디아 마스페레르는 추방된 이들이 고향에 정착하지 않고 대도시로 이주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멕시코시티에) 앞으로 몇 달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NYT에 전했다.

지난 12일 멕시코 남부에서 출발하는 대규모 이주민 행렬(캐러밴)

이민자들은 특히 난민 신청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당국 건물 주변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데, 그중 한 곳은 멕시코시티 한인 상가 밀집 지역(소나로사)과 멀지 않은 히오르다노 브루노 광장이다.

한글학교와도 가까운 이곳에는 지난해 대규모 텐트촌이 만들어진 바 있는데, 치안 강화를 호소하는 주민들의 요구에 시 당국이 긴급 퇴거 조처를 진행하기도 했다.

클라라 브루가다 멕시코시티 시장은 최근 지역 행사에서 취재진에게 이민자 급증 가능성에 대해 인정하며 "복잡한 상황이 목전에 있다"고 말했다.

여당 소속인 그는 연방정부의 '당신을 포용하는 멕시코'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우리는 존엄하게 이민자들을 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간 레포르마는 여대야소의 멕시코시티 의회가 이주민 분야 예산을 긴급 편성하기 위해 시와 협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