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흉기난동 난민 작년엔 우크라 피란민 공격(종합)

연합뉴스 2025-01-24 03:00:11

두 살배기 참변에 난민정책 비판 고조…정치권은 네 탓 공방

독일 아샤펜부르크 쇤탈공원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의 공원에서 두 살배기를 살해한 아프가니스탄 난민이 지난해는 우크라이나 피란민에게 칼부림을 했다고 현지 매체들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RTL방송에 따르면 용의자는 지난해 8월 난민숙소로 쓰이는 알체나우의 한 호텔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을 흉기로 공격했다. 용의자는 같은 숙소에 사는 다른 피란민 신고로 체포됐다가 이튿날 풀려났다. 앞서 당국은 2022년 11월 독일에 입국한 용의자가 폭력 범죄로 세 차례 체포됐다고 밝힌 바 있다.

용의자 에나물라 O(28)는 전날 오전 11시45분께 독일 서부 아샤펜부르크의 쇤탈공원에서 2세 남아와 41세 남성을 흉기로 살해한 뒤 체포됐다. 모로코계인 두 살배기는 나들이용 수레에 타고 있었다. 어린이집 인솔 교사와 함께 나들이 나온 시리아계 2세 여아도 중상을 입었다. 수사당국은 용의자가 정신질환 치료 중인 것으로 파악하고 이슬람 극단주의로 범행했을 가능성은 배제했다.

법정 출석한 용의자

용의자는 사실상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이민당국 조치가 또 도마에 올랐다. 그는 독일에 앞서 유럽연합(EU) 회원국 여러 곳을 거쳤고 EU 난민조약에 따라 맨 처음 입국한 불가리아로 송환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달 망명 신청을 스스로 취소해 당국에서 출국 명령을 받았다. 작년 8월 독일 서부 졸링겐의 축제장에서 흉기로 3명을 살해한 시리아 난민도 불가리아로 송환돼야 했으나 당국이 소재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범행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범인이 어떻게 독일에 계속 머물렀는지 전력을 다해 규명해야 한다"고 적고 수사·보안 당국자들을 소집해 대책을 논의했다. 그러나 잇따른 난민 흉악범죄로 반이민 정서가 고조된 상황에서 두 살배기가 살해되는 사건까지 발생하자 야권은 중도진보 연립정부의 난민정책 때리기에 전력을 쏟고 있다.

내달 총선에서 정권 탈환을 노리는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10년간 잘못된 이민정책을 뒤치다꺼리해야 할 상황"이라며 "총리로 취임하면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고 유효한 서류 없는 이민자의 입국을 실질적으로 금지하겠다"고 말했다.

독일 선거 포스터

메르츠 대표는 체류 자격 없는 외국인 구금시설을 대폭 늘리겠다며 어느 정당과 연립정부를 꾸리든 난민정책은 더 이상 타협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CDU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 대표인 마르쿠스 죄더 바이에른주 총리도 안보 우선의 무관용 원칙으로 이민정책을 180도 바꾸겠다고 거들었다.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국경폐쇄와 불법 이민자 송환을 다음 주 연방의회에서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1월 연정에서 탈퇴한 자유민주당(FDP) 크리스티안 린드너 대표는 "아무런 대책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좌파 진영의 물타기와 지연 전략 때문"이라고 했다.

총선 최대 쟁점이 경제 살리기에서 난민정책으로 바뀌자 여야는 급기야 용의자가 본국에 송환되지 않은 경위를 두고 네탓 공방에 나섰다.

요아힘 헤르만 바이에른주 내무장관(CSU)은 연방이민난민청이 2023년 6월 용의자를 불가리아에 송환하기로 결정하고도 집행 책임이 있는 바이에른 당국에 늦게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집권 사회민주당(SPD) 소속 낸시 페저 연방내무장관은 "바이에른에서 분명히 몇 가지가 잘못됐다"며 용의자가 범죄 전력에도 구금되지 않은 이유를 주정부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