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법원 "한부모에 '2명분' 출산휴가 줘야"

연합뉴스 2025-01-24 02:00:09

임신부 근로자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스페인에서 홀로 자녀를 낳아 키운다면 '2명분'의 유급 출산휴가를 쓸 수 있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스페인 남동부 무르시아 지방의 고등법원은 싱글 여성인 실비아 파르도(44) 씨가 출산휴가로 16주가 아닌 총 32주를 받게 해달라고 국가 사회보장제도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이 여성의 손을 들어줬다고 AFP 통신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스페인에서는 개별 기업이 아닌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부모가 각각 16주의 출산 휴가를 쓸 수 있는데 혼자 아이를 낳게 되면서 부모 2명 몫을 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2명분의 휴가를 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다.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스페인 헌법재판소가 한부모 가정에서 태어난 자녀에 대한 차별을 금지한 판결을 근거로, 한부모에게 2명 몫의 출산휴가를 주지 않으면 신생아가 부모에게 받는 돌봄 기간이 현저하게 줄게 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한부모 가정 자녀가 빈곤에 처할 위험이 더 크다는 통계를 인용해 한부모 가정의 자녀가 더 짧은 부모 돌봄을 받는 데 따른 나쁜 결과는 더 큰 사회 불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2022년 기준 합계출산율 1.16명으로 유럽 최저 수준인 스페인은 세금 감면 등 출산 장려책에도 큰 성과는 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한부모 가족과 두부모 가족 사이의 복지 혜택을 좁히려 노력하고 있다.

한부모 가정은 2020년 기준 190만 가구로, 10가구 중 1가구꼴이다.

파르도 씨는 2022년 사회보장제도에 32주 출산휴가를 신청했다가 거부당하자 소송을 냈고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했다.

그는 NYT에 "이미 3년 전에 출산했기에 이번에 승소했으나 자신이 어떤 실질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출산 후 4개월 된 딸을 어린이집에 맡기고 일을 계속해야 했던 탓에 딸에게 내가 가장 필요할 때 곁에 없었다"고 말했다.

젠더 문제 전문가인 카를라 발 변호사는 앞으로 스페인 전역의 한부모가 출산휴가를 신청할 때 이번 판례를 인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