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나토 가입과 방위비 부담 연계해 압박
나토 수장, 트럼프 두둔하며 '우크라 지원=美방산 이익' 부각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최측근인 리처드 그리넬 특사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과 방위비 부담을 연결해 유럽 측을 압박했다.
그리넬 특별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화상연설에서 "나토 사무총장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얘기한다면 미국에서 엄청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원국들이 공평한 방위비를 분담하지 않으면서 미국인에게 나토의 안보우산을 확장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며 네덜란드 총리 출신의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을 염두에 두고 "(방위비 지출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해야 하는 네덜란드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리넬 특사의 이런 발언에 앞서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포럼 행사에서 종전을 전제로 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관련 패널 토론에서 항구적 평화를 성취하기 위해 우크라이나가 가장 유리한 위치에서 평화협상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나토 가입은 가장 손쉬운 결과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언젠가는' 정식 회원국이 될 것이라는 나토 32개국의 기존 합의를 재확인한 수준이지만 새로 들어선 트럼프 행정부는 이 문제 역시 유럽의 방위비 지출과 연계해 제동을 걸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그리넬 특사는 또 화상연설에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재임 중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외교적 대화를 하지 않은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수천억 달러를 쓰면서도 지도자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혀 소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미국인의 불만이 엄청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협상에 임하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방위비 목표치 상향 요구가 옳다고 두둔했다.
그는 "문제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이라며 "현재 첫 번째 문제는 모든 회원국이 아직 (목표치인) 국내총생산(GDP)의 2%에 도달하지 못했다는 것이며 이제는 2%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게 두 번째 문제"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의) 방위산업 기반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계속해서 무기를 공급할 의향이 있다면 그 자금은 유럽이 댈 것"이라며 "우리가 그렇게 할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이 곧 미국 방산업체에도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점을 부각한 셈이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인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한 논리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유럽의 대(對)우크라이나 지원이 미국에 미치지 못한다고 비판한 뒤 "유럽이 지금 지불하는 것보다 더 많이 지불해야 한다"면서 "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토 회원국의 방위비 지출 목표를 현행 GDP 대비 2%에서 5%로 올려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