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배 대회 기간에 새 규정 만들어 결승에만 적용
작년 삼성화재배서는 수차례 위반에도 지적 안 해
(서울=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 23일 끝난 메이저 세계기전 LG배는 한국기원이 새로 만든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정 탓에 초유의 반칙패와 기권패로 얼룩졌다.
결승 3번기에서 변상일 9단과 맞붙은 중국의 커제 9단이 2국에서 사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경고 2회로 반칙패를 당한 데 이어 3국에서도 사석 문제로 경고받자 강력하게 항의하다 대국을 포기했다.
바둑계의 큰 주목을 받는 메이저 세계기전 결승전이 엄청난 파행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이번 결승에서 계속 문제가 된 한국기원의 새 규정은 지난해 11월 8일 '바둑 규칙과 경기 규정 개정위원회'에서 만들었다.
'제4장 벌칙' 조항 18조에 따낸 돌을 사석 통에 넣지 않으면 경고와 함께 벌점으로 2집을 공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또한 조항 19조에는 경고 2회가 누적되면 반칙패가 선언된다고 명시됐다.
한국 바둑에서는 사석을 계가 때 사용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대국 도중 상대 사석 수를 확인하고 형세를 판단한다.
반면 중국 바둑에서는 계가 때 반상의 살아있는 돌만 세기 때문에 사석이 필요 없다.
따라서 중국 선수들은 따낸 사석을 테이블 여기저기 던져놓거나 손에 쥐고 대국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양국의 바둑 습관이 아예 다른 상황에서 갑자기 새로 만든 규정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실한 사석 관리가 승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데도 벌점과 반칙패를 선언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것이다.
또한 대회 기간에 갑자기 규정을 바꾼 것도 문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번 LG배는 지난해 5월 하순에 개막해 24강과 16강전을 치렀다.
8강과 4강전은 지난해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 사이에 열렸다.
이후 11월 초에 사석 규정이 생기면서 이번 LG배 결승에서만 새로운 변수가 발생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사석 관리 규정을 만든 후 처음 열린 세계대회인 삼성화재배에서는 선수들이 여러 차례 위반했으나 심판이 아예 지적하지 않았다.
들쭉날쭉한 규정에 잇따라 경고받은 커제는 이틀 연속 거센 항의를 펼쳤고 LG배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변상일도 찜찜한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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