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 체제는 '독임제 기관' 위험…'합의제' 취지 고려해야" 반대 목소리
(서울=연합뉴스) 이미령 기자 = 헌법재판소가 23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을 기각했지만, 이에 반대한 재판관도 기각결정을 낸 재판관과 동수인 4명이어서 이들의 견해도 향후 방통위 운영을 논할 때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헌재는 이날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 등 총 4명의 의견과 같은 결론을 내려 이 위원장 탄핵을 기각했으나, 문형배 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미선·정정미·정계선 등 재판관 4명은 "피청구인은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파면 인용 의견을 냈다.
헌재법상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파면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이 위원장이 방통위 재적 위원 정원 5인에 미치지 못하는 '2인 체제'로 KBS 이사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선임안을 의결한 행위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방통위법 13조 2항이 '재적 위원 과반수'를 의결정족수로 규정하면서 최소한 몇 명의 재적 위원이 있어야 하는지 규정하지 않았지만,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한 방통위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해 적어도 3인 이상으로 봐야 한다는 국회측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들 재판관은 "헌법이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의 의의와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한 입법 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입법자들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방송 통제와 탄압, 민주화 이후 독립된 방송위원회가 방송 관련 업무를 수행하게 됐다는 역사적 맥락을 고려해 방통위법을 설계했다고 강조했다.
방통위법이 방통위를 직무상 독립을 보장받는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되는 합의제 기관으로 둔 점과 그 구성에 있어 대통령이 지명한 위원과 여야 각 추천 위원이 모두 임명되도록 한 점 등을 보더라도 "국가권력이나 특정한 사회 세력의 간섭을 받아 운영될 위험을 방지하고, 서로 다른 의견의 교환을 통해 실질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서"란 것이다.
이들 재판관은 또 "2인의 위원만이 재적한 상태에서는 방통위가 독임제 기관처럼 운영될 위험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방통위법상 위원장이 직접 회의를 소집하지 않는 경우 위원 2인 이상의 요구로 소집할 수 있는데, 이런 '2인 체제'에서는 회의 소집 여부가 위원장 의사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고, 의결 결과 역시 위원장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들 재판관은 '2인 체제' 의결은 이 위원장의 파면에 이를 정도로 중대한 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이들은 "회의의 정족수에 관한 13조 2항은 합의제 행정기관인 방통위 의결의 적법성과 정당성을 담보하기 위한 핵심적 조항"이라며 "방통위 심의·의결을 적법하게 진행하는 것은 피청구인이 직무상 수행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의무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이 '2인 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의결을 강행한 점도 강조했다.
당시 이동관·김홍일 전 위원장이 야당의 탄핵 추진으로 자진 사퇴한 뒤, 후임으로 임명된 이 위원장과 김태규 상임위원의 '2인 체제'로 구성이 마무리되자 그 운영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제기된 상황에서 "방통위 구성과 운영의 공정성에 관한 의심을 최소화하고 온전하게 구성해 적법한 의결을 할 수 있도록, 우선 국회에 방통위 위원 추천을 촉구하는 등 '2인 체제' 해소를 위한 노력을 해야 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러면서 방통위원장의 권한 행사 및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며 "그 자체로서 피청구인에게 간접적으로 부여된 국민의 신임을 박탈해야 할 정도로 중대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들의 의견은 파면 의결정족수인 재판관 6인에 이르지 못했고, 탄핵심판 청구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과 동수에 그치면서 법정의견으로 채택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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