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납북귀환 어부, 국가 상대 손해배상소송서 일부 승소
재판부, 청구액 중 10%가량 인용…"유사 사건과 형평성 고려"
(속초=연합뉴스) 류호준 기자 = 간첩으로 몰려 수사기관에 의해 불법으로 구금돼 가혹행위를 겪었던 동해안 납북귀환 어부들이 국가로부터 인정받은 위자료 규모가 청구 금액에 크게 못 미치면서 항소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춘천지법 속초지원 민사부(김현곤 지원장)는 지난 9일과 이날에 걸쳐 납북귀환 어부와 그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총 5건에 대해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납북귀환 어부들이 주장한 ▲ 납북 과정에서 국가로부터 보호받지 못한 점 ▲ 귀환 후 간첩으로 몰려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하고 형사처벌까지 받은 점 ▲ 처벌 이후 지속적인 사찰을 당한 점 ▲ '빨갱이'로 낙인찍혀 명예훼손을 당한 점 중 3가지만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납북 과정에서 어부들이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한 점에 관해서는 당시 해상경비력이 약한 점 등을 근거로 배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배상 규모에 있어서는 판례와 구금 기간 등을 고려해 납북귀환 어부들이 청구한 금액의 10%가량으로 정했다.
사찰로 인한 고통을 호소한 가족 중 일부의 피해는 전액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장으로 나선 김현곤 속초지원장은 지난 9일 납북귀환 어부들에게 이례적으로 사과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김 지원장은 주문을 낭독한 뒤 "제가 모든 국가기관을 대표해 사과할 위치에 있지는 않다"면서도 "50여년 전 국가기관이 적법한 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기본권 보장 책무를 다하지 않은 점에 대해 국가기관과 사법부 일원으로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지원장은 이날도 이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하며, 유사 사건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재판 결과를 두고 납북귀환 어부들과 그 가족들은 '불법 구금' 이후 자행된 '사찰'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에 불만을 드러냈다.
이에 납북귀환 어부 피해자 모임에 속한 어부들은 항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9일 재판을 마친 어부들은 최근 항소장을 제출했으며, 이날 선고받은 어부 역시 판결문을 받아본 뒤 항소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들의 소송대리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원곡 최정규 변호사는 "납북 과정에 국가의 부작위(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음)에 대해 인정받지 못했다"며 "명예훼손 등을 고려해 위자료 인정 액수를 늘려달라는 취지로 항소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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