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포고령, 법규 위배되지만 놔두기로"…위법성 인식 드러내

연합뉴스 2025-01-24 00:00:08

김 "집행하는 게 맞는다 생각"…尹, 김용현에 거듭 기억 환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 출석

(서울=연합뉴스) 권희원 이미령 전재훈 황윤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국회 활동을 제한한 비상계엄 포고령 1호의 위법성을 인식했음을 시인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이 23일 열린 4차 변론에서 김 전 장관에게 질문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윤 대통령은 "12월 1일 또는 2일 밤에 우리 장관께서 관저에 그것을(포고령을) 가져온 것으로 기억이 된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제가 계엄 담화문하고 포고령을 보고 '포고령이 법적으로 검토해서 손댈 건 많지만 어차피 계엄이란 게 길어야 하루 이상 유지되기도 어렵고 그러니까, 국가 비상상황이 국회 독재에 의해 초래됐으니 포고령이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상징적인 측면에서, 이게 아무리 법규에도 위배되고 내용이 구체적이지 않아서 집행 가능성도 없지만 그냥 놔둡시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놔뒀는데 기억이 혹시 나느냐"고 물었다.

김 전 장관이 가져온 초안을 보고 일부 법률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음을 알았지만 집행 가능성이 없어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전 장관은 "대통령께서 평상시보다 꼼꼼하게 안 보시는 걸 느꼈다"면서도 대통령 발언을 기억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말을 끊고 "어쨌든 이거는 실현 가능성, 집행 가능성이 없는데 상징성이 있으니까 놔두자고 얘기한 것으로 기억이 된다"고 했다.

이어 "전공의는 왜 집어넣었냐고 웃으면서 얘기하니 (김 전 장관이) '이것도 그런 측면에서 계도한다는 측면에서 그냥 뒀습니다'라고 해서 저도 웃으면서 그냥 놔뒀는데 그 상황은 기억이 안 나냐"고 거듭 물었다.

그러자 김 전 장관은 "지금 말씀하시니까 기억이 난다"고 답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탄핵심판 4차변론 증인 출석

김 전 장관은 그러나 이후 국회 측이 계엄 포고령의 집행 가능성이 없다고 봤는지 묻자 "(대통령은)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주무 장관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국회 측이 "효력이 있으니까 실제로 집행하려고 한 것이냐"고 말하자 김 전 장관은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포고령이 형식적이라고 주장했지만, 김 전 장관은 실행 가능성이 있다고 봤으며 집행하는 게 맞는다는 인식을 보인 셈이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 1호 중 '국회의 활동을 금지한다'는 대목에 관해 "입법 활동에 대해서는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정치인들의 정치 활동에 대해서는 일시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분 대통령이 확인 후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냐는 질문에는 "특별한 언급은 없었다"고 했다.

김 전 장관은 정치인 체포 지시에 관해 "동정을 확인하다 위반 우려가 있으면 사전 예방 차원에서 차단해야 할 것이고 그런데도 필요하면 체포가 이뤄져야 할 것 아니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포고령을 실제 효력이 있는 것으로 여겼다고 볼 만한 대목이다.

김 전 장관은 포고령과 계엄 선포문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1980년 전두환 정권과 2017년 박근혜 정부에서 작성된 각종 문건을 참고했다고 밝혔다.

wate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