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아워홈 인수 놓고 자금 부족설까지 논란 가중

연합뉴스 2025-01-23 19:00:09

구지은 전 부회장 측 방어도 '변수'

아워홈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차민지 기자 = 한화그룹이 급식업체 아워홈을 단계적으로 인수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고 알려지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투자은행업계와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다음 달 초를 목표로 아워홈 인수를 위한 양해각서 체결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아워홈 인수는 한화그룹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이끈다.

아워홈은 고(故) 구인회 LG그룹 창업자의 손자이자 고(故) 구자학 아워홈 회장의 자녀(1남 3녀)가 주식의 98% 이상을 보유한 기업이다.

구본성 전 부회장과 장녀인 구미현 회장이 보유한 지분은 각각 38.56%, 19.28%로 이를 합치면 57.84%에 이른다. 차녀인 구명진씨가 19.6%, 막내인 구지은 전 부회장이 20.67%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애초 장남과 장녀가 보유한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방안을 논의했으나 최근 50%만 우선 인수하고 장남 지분 중 나머지 약 8%를 2년 뒤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단계적 지분 매입을 결정한 것을 두고 이런저런 말이 나오고 있다.

특히 한화가 아워홈의 수주 사업이 대거 빠져나가는 상황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범LG가에 속한 아워홈이 한화그룹 품으로 넘어가면 LG[003550] 계열사에서 수주한 급식사업이 유지되지 않을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한 급식업계 관계자는 "경쟁입찰을 통해 사업을 수주하겠지만, 수주 건이 대거 빠져나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자금 부족설'도 제기된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인수를 위해 보안장비 생산업체인 한화비전[489790] 자금까지 끌어들이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증시에선 한화비전이 급식사업과 전혀 관계가 없는 만큼 일반 소액주주들에게는 도움은커녕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한화비전 주가는 전날보다 4% 넘게 하락했다.

한화그룹과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인수 과정 등에 대해선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워홈 매각은 예고된 일정이었다. 작년 6월 아워홈 대표이사에 오른 구미현 회장이 회사 매각 의지를 드러내 왔기 때문이다.

구 회장은 작년 취임사에서 "본인을 포함한 주요 주주 지분을 유능한 전문기업에 이양하면서 아워홈 직원들의 고용 승계와 지위 보장을 명문화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구지은 전 부회장과 구명진씨는 회사 매각에 반대해 왔다.

구지은 전 부회장은 지난 2021년 6월 아워홈 대표이사에 취임해 2023년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냈으나 작년 경영권을 노린 장남-장녀 연대에 밀려 이사회를 떠나게 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구지은 전 부회장이 회사 매각을 막기 위해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과 함께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우선매수권을 행사하려면 장남-장녀 연대가 장악한 이사회를 통과해야 하므로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크다.

이 경우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은 가처분 신청을 내 방어에 나설 수도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이날까지 시한을 두고 구지은 전 부회장 측의 답변을 기다리기로 한 상태다.

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