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경쟁 점화…與 "우파 결집·중도 눈높이", 李 '흑묘백묘론' 내세워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박경준 기자 = 여야가 조기 대선 가능성에 대비해 중도·부동층을 겨냥한 메시지 경쟁에 돌입한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23일 '탈이념 실용주의' 노선을 들고 나오며 중도 공략에 시동을 걸었고, 국민의힘은 이 대표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중도·부동층을 향한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닌가"라며 "탈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난 2년여간 윤석열 정권의 실정과 시대착오적 친위 군사쿠데타 때문에 우리는 너무 많은 것이 파괴되고 상실됐다"며 "이제 회복과 성장이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탈이념·탈진영'과 '성장 발전' 등의 구호로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뿐 아니라 중도층, 나아가 보수 성향 표심까지 아우르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이날 이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언급한 데 대해서도 "미국 정부의 정리된 입장이 아닌 것 같다"며 "북한을 설득하고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길을 함께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을 향한 공세에 고삐를 바짝 말아쥐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민주당의 '카톡·여론조사 검열' 논란 등을 거론하며 "대한민국 최고 존엄이나 다름없는 이 대표에 대한 비판을 철저하게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재판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재판 지연을 위한 황당무계한 침대 축구 전술이 점입가경"이라고 꼬집었다.
당 원로들은 이날 지도부를 만나 "자유 우파의 결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화 당 상임고문단 회장은 이와 함께 "당의 목표는 만약에 있을지도 모르는 조기 대선에 대비하고, 승리하는 것이 돼야 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의 건은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중도 국민의 눈높이에서 정치를 해달라"고도 당부했다.
국민의힘 이 대표 회견에 대해서는 "진정성 있는 행동이 없다면 정치적 변신이자 분장술에 불과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기본소득, 기본 주택, 지역 화폐 등 '포퓰리즘성 기본사회 시리즈'부터 폐기 선언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초 각종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지지율 변화가 여야의 이 같은 경쟁 구도를 더욱 부추기는 양상이다.
지난 17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1명 대상·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 39%, 민주당 36%였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의 비등한 구도로 되돌아간 것이다.
설 연휴 기간 계엄 사태와 윤 대통령 탄핵, 민주당의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 탄핵 등에 대한 민심의 종합적 평가가 이뤄지고, 2월 이후부터 중도층·수도권·부동층을 겨냥한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보수 지지층을 안고 가면서 중도층도 공략하는 '두 마리 토끼'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만 여당으로서는 탄핵 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 하기 어려운 만큼 물밑에서 중도·청년을 겨냥한 정책을 준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거는 결국 중도층의 표심을 확보하는 데 달린 만큼 중도·실용 행보는 더 발전하고 강화할 것"이라며 "그와 관련한 정책도 더 구체화하고 세부적으로 준비해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3%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minary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