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강경' 트럼프, 취임후엔 협상 여지 분위기…中숨통 트이나

연합뉴스 2025-01-23 17:00:15

NYT "中, 경제회복에 집중할 시간 벌어…트럼프 예측 불가능성은 변수"

블라디미르 푸틴-도널드 트럼프-시진핑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애초 예상과 달리 중국과 협상에 여지를 보이면서 중국 정부의 운신 폭이 넓어지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공약보다 훨씬 낮은 10% 관세율 부과 계획, 미국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중국계 동영상 공유 플랫폼 틱톡(TikTok)에 대한 유화적 태도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중국 기조가 이전보다 긍정적임을 시사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측 초청을 받았다며 '올해 중국을 방문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대중국 관련 행보는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제재와 동맹이라는 두 가지 수단을 국가별로 각기 적용해 중국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을 재편하려고 했으나,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미 우선주의' 기조를 기반으로 특정 국가를 겨냥해 '당근과 채찍'을 모두 사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중국 입장에서 숨통이 트이게 하고, 경제 회복과 국제 입지 강화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벌게 해준다고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미국의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제재나 대만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틱톡 매각, 마약류인 펜타닐의 원료 생산 단속, 미중 무역합의 재조정 등 조건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협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NYT는 짚었다.

현재 중국은 지난해 1조 달러에 달한 무역 흑자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위기와 정부 부채 증가, 내수 부진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이에 일본 같은 미 동맹국들과의 관계를 개선하려고 하는 등 '갈라치기 외교 전략'도 구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정부는 트럼프 2기 행정부 들어 새로이 미중관계를 설립하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또한 취임 이후 즉각 '중국 옥죄기'에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미중 협력의 여지를 열어둔 상태다.

트럼프 1기 때보다 중국 경제 상황이 악화해 중국이 열세로 보일 수도 있으나, 중국이 가진 '패'는 오히려 늘어난 형국이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원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란 듯 취임식에 맞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외교·의전 부문에서 보좌 역할을 하는 한정 부주석을 취임식에 참석시키고 취임식 당일 자신은 푸틴 대통령과 화상 회담을 진행했다.

물론 트럼프 2기 행정부 내각에 대중 강경파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고문 역할을 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에 우호적이다. 머스크 CEO는 틱톡 인수 의사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도 베이징까지 날아가 시 주석을 만나고 돌아간 뒤 '무역전쟁'을 선포했던 것처럼 예측 불가능성은 언제라도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데 주목한다.

중국 푸단대 국제연구소의 우신보 학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는 그다지 대립하지 않는 것처럼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겠지만, 점점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9년 일본에서 정상회담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suk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