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법무법인, 피해자 측 변호인 사임 후 2주 만에 피고인 측 변호인 선임
피해자 법률 대리인 "쌍방대리 행위라면 문제 있어…대응 방안 마련"
해당 법무법인 측 "민사사건 오해해 변론…유족·피해자 측에 죄송"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17명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HDC 현대산업개발(이하 현산) 측 법무법인의 '쌍방대리' 논란이 불거졌다.
광주의 대형 로펌 A 법무법인은 1심부터 피해자 측을 법률 대리했음에도 항소심 막판 현산 측 피고인들의 법률대리를 맡은 사실이 드러나 뒤늦게 사임계를 냈다.
23일 광주고법에 따르면 형사1부(박정훈 고법판사)는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참사 관계자 7명과 법인 3곳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항소심 선고공판을 오는 2월 6일 개최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앞서 선고기일을 지난해 11월 21일로 잡았지만, 현산 측 피고인들이 전관 출신 변호인들을 추가 선임한 후 변론재개 신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변론을 재개하는 대신 피고인들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그러나 현산이 새롭게 선임한 2곳 법무법인 중 한 곳이 1심부터 참사 피해자 측을 법률 대리하다 최근에서야 사임서를 낸 곳으로 뒤늦게 확인돼 '쌍방대리' 논란이 일고 있다.
변호사법은 제31조에 변호사가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을 수임할 수 없도록 이른바 '쌍방대리 금지' 규정을 두고 있다.
변호사윤리장전 제22조에도 '위임사무가 종료된 경우에도 종전 사건과 기초가 된 분쟁의 실체가 동일한 사건에서 대립하는 당사자로부터 사건을 수임하면 안된다'는 등의 규정이 있다.
A 법무법인 소속 B 변호사는 2021년 6월 참사가 발생하자 9명 사망피해자 유족과 부상자 피해자 일부를 법률 대리해 합의 등을 받아냈고, 업무상과실치사 등 1심 형사재판에 출석해 현산 등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기도 했다.
당시 B 변호사는 현산 측의 변호 의뢰를 거부하고 다른 로펌 소속 변호사들과 함께 피해자 측 변호인으로 나서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항소심 막판에 이르러 A 법무법인 소속 C 변호사가 반대로 피고인 측 현산의 변호인으로 선임계를 내 논란이 촉발됐다.
A 법무법인 B 변호사 등 피해자 측 변호인은 지난해 10월 22일 갑자기 사임 신고서를 냈고, 약 2주 후인 11월 5일 C 변호사 등 A 법무법인 소속 다른 변호사들이 현산 측 피고인으로 선임계를 냈다.
변호사는 다르더라도 소속 법무법인이 같으면 해당 변호사들은 변호사법상 하나의 변호사로 간주해 동일사건 수임 제한의 대상이 된다.
참사 피해자 측 법률대리인은 "위법성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피해자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이 사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곧바로 피고인을 대리한 것은 최소한 윤리적 비난의 소지는 있다"며 "피해자 유족 등과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학동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피해자 측 변호를 하다가 가해자 측 변화를 맡는다는 게 단순 실수나 착오라고 할 수는 없다"며 "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변호인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저버렸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 법무법인 C 변호사는 "수임 전에 1심에서 피해자 측을 대리한 B 변호사에게 문제가 없는지 문의했지만, 민사 사건만 담당하고 합의 종결의 역할이 끝난 것으로 오해해 현산을 변호하게 됐다"며 "논란을 일으켜 유족과 피해자 측에게 죄송하다"고 밝혔다.
C 변호사는 이날 재판부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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