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 권한' 휘두르는 트럼프…취임 이틀새 수년치 정책 쓰나미

연합뉴스 2025-01-23 14:00:17

행정명령 폭풍서명…"정치자본 충전 위한 의도된 전략"

'권한 남용' 법적 논란은 불가피…"실제 시험대는 판사 앞"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 직후부터 무더기 행정명령을 단행하는 등 속도전을 겸비한 '무한한 권한' 행사를 예고하면서 미 정가를 압도하는 모양새다.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신념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이고 공격적인 행정조치들은 지지자들의 환호를 끌어냈다는 점에서 초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시험은 법원 앞에서 치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이틀간 이민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5천억달러 규모의 기술 투자를 발표하고, 멕시코만의 이름을 바꿀 것을 천명하고, 연방 정부의 다양성 정책 대부분을 불법화하고, 틱톡금지법 시행을 유예하고, 영토확장을 논의하고 무역전쟁을 언급했다.

또 1·6 의사당 폭동 사태 가담자들을 대거 사면했고, 이민자와 성소수자에게 자비를 베풀어 달라고 요청한 주교를 비난했고, 학교와 교회 등에서 불법체류자를 체포할 수 있게 했으며, 이란의 암살 위협을 받고 있던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에 대한 정부 경호를 없애고, 전 정부의 트랜스젠더의 차별 방지 행정명령을 폐기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이틀을 보냈을 뿐이지만 임기를 꽉 채운 것같은 느낌이 든다면서 이같은 속도전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 논평했다.

많은 일을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어 정책 하나하나의 중대성에 대해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고, 지지자들에게는 '끝없는 승리'와 '약속의 연속'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는 것이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와 이미지는 소셜 미디어, 라디오, 뉴스를 통해 전달돼 정치적 자본을 재충전시키고, 무엇에 가장 분노해야 할지 헷갈리는 진보 진영의 모습은 보수 언론을 통해 집중적으로 전파되기에 '속도전'은 신중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입 첫날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모습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행보는 1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통령 권한의 한계에 도전하는 성격이 있어 법적 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일부 정책은 이미 소송에 직면해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대통령 권한의 한계까지 밀어붙이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대통령 권한에 대한 주장을 되살렸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의 헌법적 영향력에 대한 새로운 주장도 펼쳤다"고 짚었다.

NYT는 그 예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소유자가 틱톡을 매각할 때까지 미국에서 틱톡 사용을 금지하는 법을 집행하지 말 것을 지시한 것을 들었다.

틱톡법은 초당적인 지지로 의회를 통과하고 대법원까지 만장일치로 타당성을 인정한 법이었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중단시킬 합법적인 권한이 어디에서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설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민 문제와 관련해서도 군 통수권자로서의 헌법적 역할을 발동해 이민자를 '침략자'로 규정, 연방군 투입을 검토하고 있다.

또 에너지가 부족한 상태인가 하는 논란이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법에 근거해 '에너지 비상사태'도 선포, 석유·가스 시추 허가를 늘리기로 했다.

NYT는 "행정 권한의 범위와 한계와 관련한 분쟁이 종종 있다"며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사용하여 법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이 있는 조처를 하는 경우엔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많은 조치는 이민법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법적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권력 행사의 정당성이 판사들 앞에 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인 민주당이 주 정부를 장악한 18개 주와 워싱턴DC, 샌프란시스코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출생 시민권' 일부 제한 관련 행정명령이 위헌임을 주장하는 소송을 이미 낸 상태다.

withwi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