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 포성 멈춘 틈에…가자지구 실권은 여전히 하마스에

연합뉴스 2025-01-23 13:00:20

건재 과시하며 보안·구호 책임…"영구휴전 시험대"

"'하마스 파괴' 내세웠던 이스라엘에도 딜레마"

건물 잔해 옆 걷는 가자지구 주민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성사 이후 가자지구에는 여전히 하마스가 실권을 쥐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로이터는 현지 주민들과 당국자, 역내 외교관 등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하마스가 가자지구 내 보안군을 통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각 부처를 운영하며 공무원들에게 급여를 지급하고 국제 구호기구 등과 조율 작업 등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가자지구에서 몰아내겠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이어가다 약 15개월 만에 어렵게 휴전이 성사됐지만, 여전히 하마스가 건재하며 가자지구를 통치하고 있다는 얘기다.

로이터는 이처럼 하마스가 가자지구에 깊게 자리 잡고 있다는 사실은 영구 휴전 이행에 있어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짚었다.

보도에 따르면 휴전 직후 하마스는 가자지구를 장악했다.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 거리에서 자취를 감췄던 하마스 산하 경찰과 무장대원들이 곳곳에 배치됐다. 하마스는 잔해 제거 작업을 감독하고, 가자지구로 들어오는 구호 차량을 호위하고 있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가자 정부의 이스마일 알 타와브타 공보국장은 "우리는 어떤 종류의 보안 공백이든 방지하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경찰 약 700명이 구호 차량을 보호하고 있으며 휴전이 발효된 지난 19일 이후 한 대도 약탈당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전쟁 기간 이스라엘은 하마스 1인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2023년 10월 7일 이스라엘 기습공격의 총책임자 아히야 신와르를 비롯한 수뇌부를 제거했고 비교적 최근 들어서는 하급 공무원들을 겨냥해 공습을 단행했다.

알 타와브타 국장은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피해에도 하마스가 통치하는 행정부는 기능을 계속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민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매일 1만8천명의 공무원이 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구호품 감시하는 하마스 대원

이 같은 현실은 이스라엘에도 딜레마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위기그룹의 중동 전문가 주스트 힐터만은 "이스라엘은 지난 15개월 동안 효과가 없었지만, 전투를 계속하고 사람들을 계속 죽일지 또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하마스의 묵인하에 통제권을 가질지 사이에서 선택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힐터만은 현재 하마스의 군사적 능력을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여전히 가자지구에서 가장 지배적인 무장 단체로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휴전이 발효되고 피란민들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가자지구 재건 작업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 전망이다.

가자지구에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한 건물 잔해가 5천만톤(t) 남아있고, 이를 치우는 데만 21년이 걸리며 그 비용은 최대 12억달러(약 1조7천200억원)가 소요될 것이라는 유엔 조사 결과가 나왔다.

dy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