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 "통쾌하고 유쾌하게, 만화 느낌 살렸죠"

연합뉴스 2025-01-23 13:00:14

공부하려다 싸움 서열 1위 된 고교생 이야기…웹툰 원작 드라마

"폭력 미화하지 않으려 신경 써…로맨스, 액션 이어 스릴러 도전도"

'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비현실적이어서 오히려 더 통쾌하고 유쾌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어요. 힘든 현실을 잠시라도 잊게 해주는 청량제 같은 작품이요. 그래서 음악, 색감, 세트장을 이용해 최대한 만화 같은 느낌을 살리려고 했죠."

23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스터디그룹'은 이른바 '똥통 학교'로 불리는 실업계 고등학교에 입학한 주인공 윤가민(황민현 분)이 싸움 서열 1위가 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여기까지만 보면 흔한 학원물(학교를 배경으로 한 장르) 같지만, '스터디그룹'의 독특한 점은 주인공이 오로지 공부에만 관심을 둔다는 데 있다. 학업에 방해가 되는 학생들을 막아내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학교 전체 서열을 뒤흔들게 된다.

그렇다고 주인공이 우등생도 아니다. 싸움 하나는 재능을 타고났지만, 공부 머리는 없는 윤가민의 대입 도전기가 코믹하게 그려진다.

'스터디그룹'의 주인공 윤가민을 맡은 황민현

만화 같은 캐릭터와 이야기 구조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스터디그룹'은 동명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22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장훈 감독은 "원작 웹툰만 보고 대본도 없는 상태에서 곧바로 이 작품을 선택했다"며 "단순한 이야기, 매력적인 캐릭터가 좋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그간 '기적', '지금 만나러 갑니다' 등 서정적인 영화를 만들어온 이 감독의 첫 드라마 도전이자, 첫 액션 장르 도전이기도 하다.

그는 "전작 2개가 비슷한 결이라 액션 욕심이 있었다"며 "특히 오프닝과 엔딩에 힙합 음악이 들어가는 좀 스타일리시한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 드라마는 판타지 느낌을 충분히 살렸다. 주인공이 불붙은 가방을 활용한 '불꽃 발차기'로 상대를 기절시키고, 즉석에서 쌍절곤을 만들어 악당들을 모조리 때려눕힌다.

이 감독은 "학원물을 볼 때 제일 힘든 것이 괴롭힘을 당하는 부분"이라며 "너무 있을 법한 이야기로 그리기보다는 비현실적인 느낌을 줘서 (시청자들이) 공감 대신 관전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분위기뿐만 아니라 이야기의 골조도 원작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 다만 학원물의 약점으로 꼽히는 이른바 '일진 미화'를 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했다.

그는 "최대한 이야기의 비현실감을 높이고, 교사의 노력 등을 보여주면서 폭력을 미화하지 않으려 신경 썼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작에서 악역 피한울이 사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이 위험하다고 생각했다"며 "원작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스터디그룹' 이장훈 감독

공부는 못하지만 싸움 하나는 타고난 주인공 윤가민은 황민현이 연기했다.

이 감독은 "황민현은 첫 만남부터 눈빛이 장난이 아니었다"며 "상대방의 눈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버릇, 맑은 흰자위 등이 '똘끼' 있는 주인공과 너무 닮았다"고 떠올렸다.

윤가민의 스터디그룹 친구들과 이들을 훼방 놓으려는 교내 폭력 세력 등 약 40여명의 배역은 모두 공개 오디션으로 뽑았다.

그는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3개월 정도 오디션을 진행했다"며 "영화를 만들 때는 하기 힘든 경험인데, 배우를 캐릭터에 억지로 맞추기보다는 깨끗한 도화지 같은 배우를 통해 캐릭터를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만난 또래 배우들은 금세 친해져 진짜 학교 친구들처럼 끈끈한 '케미'(관계성)를 형성했다고 한다.

로맨스와 휴머니즘을 넘어 액션에 처음 도전한 이 감독은 다음 작품으로 스릴러를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사실 데뷔 전부터 스릴러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로맨스로 데뷔했어요. 제가 잘하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인데 로맨스에 액션, 스릴러를 잘 버무린 이야기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heev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