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먼 전 USTR 대표보 "트럼프 2기, 韓 대미흑자 우려…개선 압박할 것"

연합뉴스 2025-01-23 13:00:09

연합뉴스 인터뷰…"에너지·방산 수입 확대, 현지생산, 자발적 수출제한 등 방법"

"한국 철강 수출도 주요 이슈…트럼프 2기, 1기 때보다 더 공격적일 것"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보람 기자 =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았던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트럼프 2기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통상 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가 주요 의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미 통상 현안에 대한 다양한 전망을 내놨다.

그는 먼저 "매년 2월 미국 행정부가 '무역 어젠다'를 발표하는데, 여기에서 미국의 무역 우선순위가 어디에 있는지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과 관련해서는 한미 간 무역적자를 줄이고 없애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의 대미 수출은 1천278억달러,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557억달러로 모두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규모는 5년 전과 비교하면 3.4배 증가한 것이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커지는 것에 대해 비먼 전 대표보는 "미국 정부가 이를 매우 우려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국과의 무역 관계에서 이를 수정하거나 개선하도록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대미 무역흑자를 줄이는 방법으로 수입 확대와 미국 현지 생산 확대, 자발적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언급했다.

그는 "정답을 말하기 어렵지만, 한 가지 방법은 미국산 에너지, 군사 장비, 자동차, 항공기 등의 구매를 늘리는 것이며, 또 다른 방법은 미국으로 수출되는 생산품의 일부를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것"이라며 "세계무역기구(WTO) 설립 전인 1980년대 일본이 했던 자발적 수출제한(VER) 조치도 또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비먼 전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에 대해 그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들만의 계획이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질 경우 미국이 쟁점으로 삼을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 조달을 협정에서 제외하는 요구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도 미국의 연방 조달 시장이 한국 정부의 조달 시장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이를 불균형으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며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비먼 전 대표보는 다만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통적인 FTA 협상이나 재협상에 더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관세나 투자협정 같은 비전통적 형태의 협정에 집중할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하나의 모델을 추구하기보다 국가별 현안에 따라 각각의 해결 방법도 다르게 가져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검토하는 등 미국 내 생산 공장에 대한 보조금 혜택을 줄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반도체와 같은 소수의 산업에만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는데, 이는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다만, "전기차 보조금 등 일부 부문에서는 보조금 축소 움직임이 있다"며 "환경적인 이유로 전기차 구매에 세금이 투입되는 것을 반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먼저 들고나온 것에 대해서는 "미국에서 사업을 하려면 생산 시설도 미국에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라며 "이에 따라 캐나다나 멕시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불확실성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비먼 전 대표보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의 관세를 피하기 위해 제3국을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에 대한 미국 내 우려가 크다고 소개하면서 "한국이 이런 분야에서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증거를 제시하며 입증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현재 수입 쿼터제를 적용받고 있는 한국의 철강 산업과 관련해서는 "미국으로의 철강 수출과 관련해 반덤핑 관세나 수입 쿼터 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미국 내 대중 무역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한국의 철강 수출에 대한 우려도 분명히 있다"고 짚었다.

비먼 전 대표보는 트럼프 1기와 2기의 차이점을 묻는 말에 "여러 면에서 연속성이 있겠고, 정책을 바꾸려는 부분도 있겠지만, 기존 이슈에서 1기보다 2기에서 더 공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의 의도를 추측할 수 없지만, 미완의 과제를 마무리하려는 의지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dk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