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법 13조 2항 '재적위원' 두고 이진숙·민주당 대립
기각 주장한 4인 "말뜻 변질시키면 안돼…재적위원은 2인"
파면 의견 4인 "입법 취지 고려하면 최소 3인은 필요"
(서울=연합뉴스) 황윤기 기자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체제의 핵심 논란거리였던 방통위 '2인 의결'의 적법성에 관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의견도 4대4로 팽팽히 엇갈렸다.
탄핵심판에서 이 위원장 탄핵 청구가 기각된 것과 별개로, 방통위 2인 체제의 적법성에 관해선 1명이 공석인 상태에서 재판관들 의견이 정확히 반반으로 나뉘면서 논란에 명확한 결론을 제시하지는 못해 아쉽다는 평가가 나온다.
헌재는 23일 국회의 이 위원장 탄핵소추를 기각하면서 이 위원장이 방통위 의결정족수를 규정한 방통위법 13조 2항을 위반했는지를 두고 4대 4로 팽팽한 의견 대립을 보였다.
방통위법 13조 2항은 '위원회의 회의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정한다. 같은 법 4조 1항에는 '위원회는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한 5인의 상임위원으로 구성한다'고 적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진숙 위원장은 취임직후 당시 현직 위원 전체인 자신과 김태규 부위원장 2인으로 KBS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고, 이는 이후 국회의 주된 탄핵소추사유가 됐다.
이 위원장은 당시 방통위 재적위원은 2인이므로 절차적 문제가 없고 시급한 안건을 방치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었던 일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은 방통위법 13조 2항의 '재적위원'이란 5인으로 봐야 하므로, 과반수(3인)에 못 미치는 2인의 찬성만으로 의결한 것은 불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대립은 헌재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그대로 재현됐다.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재적위원을 5인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적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단체에 적을 두고 있는 것'이므로 재적위원은 2인일 뿐, 이를 5인으로 확장 해석하면 안 된다는 취지다.
이들 재판관은 "법규범의 해석은 어디까지나 그 문언에 비춰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고 그 말의 뜻을 완전히 다른 의미로 변질시켜서는 아니 된다"고 했다.
아울러 방통위법에는 회의를 열기 위해 최소한 갖춰야 하는 위원의 수(의사정족수)에 관한 규정이 없는 점에 비춰 "위원이 임명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경우에도 중앙행정기관인 방통위의 기능이 유지될 수 있게 의결이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봤다.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이들은 "문언의 형식적 의미뿐만 아니라 헌법 21조가 보장하는 방송의 자유의 의의 및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한 입법 취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앞선 의견과 달리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계한 입법자의 의도를 고려해 법규범을 더욱 적극적으로 해석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들은 방통위법이 대통령과 여야에 각각 방통위원 지명·추천권을 부여해 방통위원의 다원성과 직무상 독립 등을 보장한 점을 고려하면 "(방통위법 13조 2항은) 방통위가 상임위원 5인으로 구성된 상태를 전제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한 규정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따라서 방통위가 합의제 기관으로 운영되려면 최소한 3인 이상이 재적한 상태에서 재적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하고, 이를 어긴 것은 '위법한 의결'이라는 논리다.
헌재법에 따라 헌재가 공직자를 파면하려면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의견이 4대 4로 갈려 헌재는 결국 이 위원장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했다.
임명이 보류된 마은혁 후보자가 재판관으로 취임해 어떤 의견을 내더라도 의결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결론에 영향이 없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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