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문 "터치감·앱 사용으로 정의되던 스마트폰, AI 비서·멀티모달로"
애플과 'AI 갭' 벌어질 듯
(서울=연합뉴스) 조성미 기자 = 지난해 초 갤럭시 S24 시리즈로 첫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시대를 연 삼성전자[005930]가 S25 시리즈에서 AI 기능을 보다 전면에 내세우며 'AI폰' 바람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경쟁사 애플이 아이폰에서 보여주는 AI 혁신이 상대적으로 더디게 진행되면서 삼성전자가 22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서 발표한 갤럭시 S25 시리즈로 두 회사의 'AI 갭'이 더 벌어질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 적용된 AI 기능은 인공지능이 이용자의 일상·업무를 보조하는 비서(에이전트) 기능과 텍스트 외의 영역을 조절하는 멀티모달 기능을 강화했다.
갤럭시 AI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서클 투 서치'가 진화해 이미지와 텍스트 외에 유튜브 등 이용자의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사운드 검색을 지원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갤러리에 있는 사진을 검색할 때 사용자가 날짜, 장소 등 키워드를 입력하면 AI가 분석해 키워드에 맞는 사진을 찾아주거나 새로 추가된 '나우 브리프'가 이용자의 스마트폰 사용 패턴과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화된 정보를 요약 제공하는 것은 AI 비서 기능의 발전상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MX사업부장(사장)은 갤럭시 S25 언팩에서 "그동안 애플리케이션 사용과 터치 경험으로 정의됐던 스마트폰 시대에서 AI 에이전트와 멀티모달로 대표되는 AI폰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변곡점에 있다"며 "갤럭시 S25 시리즈가 그 시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은 그간 아이폰의 강점이자 스마트폰 역량의 관건으로 꼽히던 앱 생태계 연결성, 부드러운 터치감 등이 AI 역량으로 전환되고 있으며, 삼성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점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풀이됐다.
경쟁사인 애플은 지난해 12월 음성 비서 '시리'와 챗GPT를 통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아이폰에 본격적으로 AI 기능을 활용하기 시작했지만 AI 후발주자라는 오명은 쉽게 벗지 못하고 있다.
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대만 TF 인터내셔널 증권 분석가 궈밍치는 "애플이 지난해 6월 애플 인텔리전스를 발표한 이후 집중적인 AI 광고를 펼쳤지만, 다른 회사들이 내놓은 발전된 서비스로 인해 매력이 떨어졌다"는 분석을 내놨다.
애플 AI 기능은 이용자가 이모지를 직접 생성하고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를 자동 생성하는 기능 등이 포함됐지만, 나날이 진화하는 AI의 신기능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기에는 미약하다는 분석이 많았다.
아이폰의 AI 기능이 영어에는 지난해 말부터 바로 적용된 데 반해 중국어, 스페인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사용자가 많은 언어는 오는 4월 적용으로 아직 구현조차 되지 않은 점도 있다.
여기에 애플이 최근 영국 BBC 뉴스를 요약해 전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일으키자 아이폰의 뉴스 요약 알림 기능을 비활성화한다고 밝히면서 애플의 AI 역량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 언팩에서 AI 기능을 협업 중인 구글과 갤럭시 AI를 스마트폰 너머로 확대할 계획도 내놨다.
AI 비서 기능은 스마트폰보다 신체와 더욱 가깝게 착용하는 AR(증강현실) 글라스, 헤드셋 등에서 더 유용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다.
언팩 행사 도중 영상 메시지를 전달한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갤럭시 S25에 적용한 구글 AI 에이전트 '제미나이 라이브'를 스마트 글라스, 헤드셋 등 AI 비서에 더 적합한 플랫폼으로 확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갤럭시 S25 시리즈에는 퀄컴 스냅드래곤 8 엘리트가 들어갔는데 퀄컴은 "삼성전자와 최신 제미나이 경험을 위해 갤럭시용 맞춤 설계에 협력했다"며 "앱 간 작업 관리, 제미나이 앱을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제미나이를 글쓰기에 활용하는 작업 등을 매끄럽고 효율적으로 지원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갤럭시 AI의 확장성이 아직 한계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갤럭시 S25에서 새로 공개된 기능이 지원되는 앱은 삼성 캘린더·시계, 구글 이메일 등 삼성과 구글의 기본 앱에 국한되며 이용자가 즐겨 사용하는 여타(서드파티) 앱에서는 활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기본 기능 외에 파트너사 앱 지원을 이른 시일 내 가능하게 해 사용자에게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AI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cs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