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규모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관세로 채우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지만,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도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관세·수입세를 징수할 대외수입청 신설을 밝히면서 "외국에서 막대한 자금이 재무부로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지만 정책 방향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공화당은 민주당의 반대에 맞서 '예산 조정'(reconciliation) 절차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가 입수한 메모에 따르면 하원 세입위원회는 감세 연장에 따른 세금 부족분을 메우기 위한 선택지로 10% 보편 관세 방안을 포함한 것으로 전해졌다. NYT도 하원 예산위원회 공화당 의원들이 지출 삭감 및 세수 확대를 위한 50쪽짜리 문건을 만들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시행돼 올해 만료되는 감세안을 연장할 경우 10년간 4조 달러(약 5천751조원)의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추정되는데, 로이터와 NYT가 입수한 메모와 문건에 따르면 이러한 보편관세를 통해 10년간 1조9천억 달러(약 2천731조원)를 걷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대규모 감세가 재정적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설득할 필요가 있지만, 공화당 내에서도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공화당 내 예산안 매파 인사들은 관세 수입의 지속가능성 등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으며 관세 부과에 따른 무역 전쟁으로 지역구 유권자들에게 미칠 악영향 등을 감안해 반대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랄프 노먼(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을 통해 관세를 밀어붙일 경우 고전이 예상된다면서 "모든 의원이 관세 영향을 받는 지역구와 기업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고, 그레그 머피(공화·노스캐롤라이나) 하원의원은 "관세는 단기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은 전체 하원 435석(1석 공석) 가운데 219석을 확보, 민주당(215석)에 4석 차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만큼 정책 뒷받침을 위해 법을 만들려면 내부 단속이 우선인 상황이다. 상원에서는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이다.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의 에리카 요크는 관세를 세수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 "매우 특이하고 전례 없다"면서 관세는 세수를 걷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며 부유층보다 빈곤층의 부담을 늘린다고 말했다.
NYT는 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들이 36조 달러(약 5경1천760조원)에 이르는 미국의 과도한 국가부채에 따른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회예산국(CBO) 자료를 보면 지난 회계연도 미국 정부의 세입 및 세출 격차는 국내총생산(GDP)의 6.6%인 1조9천억 달러(약 2천731조원)를 넘었으며, 이는 50년 평균인 3.8%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최근의 국채 금리 상승과 재정적자 확대에 대한 우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입법화하려는 공화당의 움직임은 교착 국면에 처한 상태다.
데이비드 슈바이커트(공화·애리조나) 하원의원은 지난주 감세안을 논의한 당내 비공개 모임에서 정부 재정이 통제를 벗어날 위험이 있다고 경고 목소리를 냈고 참석자들의 공감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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