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4분기 영업이익 SK하이닉스 8조원, 삼성전자 6.5조원
고부가 HBM이 실적 방어…"AI 대응 능력이 실적 성패 갈라"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강태우 기자 = SK하이닉스가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고대역폭메모리(HBM) 최강자 입지를 굳히면서 최대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뿐 아니라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사 실적도 추월했다.
◇ 실적 향방 가른 HBM…"단기간내 선두 변화 가능성 희박"
SK하이닉스가 23일 공시한 연결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8조828억원이다. 전 분기의 7조300억원보다 15% 늘며 1개 분기 만에 분기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이번 분기 영업이익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넘어 가전·모바일 등을 모두 포함한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의 작년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보다 1조5천억원가량 적은 6조5천억원이며,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을 2조원 후반대로 증권가에서는 추정한다.
분기 영업이익에서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 전사 실적을 앞선 것은 최초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전체 상장사 중 영업이익 1위도 유력하다.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에서 삼성전자 DS부문을 앞선 것은 양측 모두 흑자를 낸 분기 기준으로 작년 1분기와 3분기에 이어 세 번째다.
또 연간 실적으로 보면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역대 최대인 23조4천673억원으로, 삼성전자 DS부문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삼성전자 DS부문의 1∼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2조2천200억원이며, 4분기 잠정실적을 더해도 SK하이닉스를 큰 폭으로 밑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운명을 가른 '한 방'은 AI 칩에 쓰이는 HBM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로 스마트폰, PC 등 전방 IT 수요가 계속 부진해 범용(레거시) 메모리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특히 창신메모리(CXMT) 등 중국 업체발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려 범용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AI용 수요는 탄탄해 반도체 수요 양극화가 가속하는 가운데 SK하이닉스는 고부가 제품인 HBM을 앞세워 수익성을 방어했다. 통상 HBM은 범용 D램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3∼5배 비싸다.
김광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극심한 수요 부진으로 범용 메모리의 판매가 부진했으나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높은 HBM3E(5세대) 매출과 우호적인 환율 효과 등이 실적 방어 요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며 "HBM 시장 선두 포지션은 단기간 내 변화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 AI 칩 수요 강세 지속…같은 '팀 엔비디아' TSMC도 호실적
SK하이닉스는 현재 AI 칩 수요를 독식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되는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해오며 시장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면서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HBM 비중은 작년 3분기 30%에서 4분기에는 40% 이상으로 뛰어 호실적을 이끌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경쟁사들 대비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이 높은 만큼 메모리 하락 사이클 영향은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전방 산업 수요 개선이 추가로 악화한다고 해도 출하 조정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성을 유지할 체력도 보유했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의 호실적으로 보듯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실적 향방은 AI 반도체 생태계를 주도하는 엔비디아의 공급망에 합류했는지가 가르고 있다.
엔비디아 AI 칩을 사실상 독점 생산하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대만 TSMC 역시 작년 4분기에 최대 실적을 썼다.
TSMC의 작년 4분기 순이익은 3천746억8천만 대만달러(약 16조5천7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7.2% 늘었으며, 전 분기보다도 14.3% 증가했다.
반면 범용 메모리가 주력이고 아직 엔비디아 공급망에 합류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상대적으로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메모리 1위지만 HBM에서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 내준 후발주자다. 또 아직 비중이 크지 않은 HBM이 유의미한 실적 반등을 이끌지 못했다.
'AI 큰손' 엔비디아에 대부분 물량을 공급하는 SK하이닉스는 당분간 업계 우위를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올해 HBM 물량도 이미 '완판' 상태다.
아울러 엔비디아, AMD, 브로드컴 등이 AI 플랫폼에 HBM3E 탑재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HBM의 수익 기여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칩 수요 강세는 지속되고 있으며, 특히 GPU 신제품 생산 원가에서 HBM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결국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AI에 대한 대응 능력이 실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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