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드 맞추기?…베네수엘라, 갱단 수괴 사살 발표

연합뉴스 2025-01-23 09:00:11

마두로, 美가 지정한 테러조직 함께 비난…이민자 추방에도 "받아줄게"

베네수엘라 마두로 대통령(왼쪽)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정부가 강도 높은 군·경 작전을 통해 악명 높은 갱단 우두머리를 사살했다고 밝혔다.

디오스다도 카베요 내무·법무·평화부장관은 22일(현지시간) VTV를 비롯한 국영 언론에서 중계한 기자회견에서 "주민들을 공포에 몰아넣으며 위세를 과시하던 갱단 두목을 오늘 오전 7시 30분께 총격전 끝에 제압했다"며 "그는 사망했다"고 말했다.

문제의 인물은 '엘윌렉시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윌렉시스 알렉산데르 아세베도 모나스테리오스다.

엘윌렉시스는 2007년께부터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 교외 저소득층 거주 지역을 근거지로 두고 활동하며 60만명에 이르는 주민을 상대로 살인과 강탈 등 범행을 저질렀다고 카베요 장관은 부연했다.

베네수엘라 일간 엘나시오날은 그를 따르던 갱단원 규모를 200명가량으로 보도했다.

엘윌렉시스에게는 15만 달러(2억1천만원 상당) 현상금이 걸려 있었다.

카베요 장관은 엘윌렉시스 범죄 집단 활동에 이웃 콜롬비아의 이반 두케 전 대통령(2018∼2022년 재임)과 알바로 우리베 전 대통령(2002∼2010년 재임)이 연관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하면서, "남의 나라에 개입해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한편 강력한 갱단 소탕을 통해 국가와 국민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콜롬비아의 두 전직 대통령은 각각 마두로 현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우고 차베스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극심하게 대립했었다.

서울∼부산 거리 5배를 넘는 2천219㎞ 길이의 육로 국경을 맞댄 두 나라는 이 시기 외교 관계를 단절한 채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기도 했다.

베네수엘라 군 지휘부 앞에서 연설하는 마두로

베네수엘라 당국은 실제 이날부터 '베네수엘라 방패 2025'라고 이름 붙인 대규모 군사 훈련도 시작했다.

대선 개표 불공정성 논란과 국제사회 비판 속에 지난 10일 3선 대통령에 취임한 마두로는 이날 군 지휘부 앞에서 "국내로 진입하려는 용병 단체와 국제 테러리스트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갖출 것"이라고 명령하며 "행사되지 않는 주권은 위축되고, 그대로 방치하면 범죄 집단에 국가를 내주게 된다"고 말했다고 엘나시오날은 전했다.

이는 국제 카르텔 조직을 '해외 테러 조직'(FTO)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 명단에 올려놓은 트럼프 행정부 결정과 묘하게 맞닿아 있다.

트럼프 정부는 특히 베네수엘라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트렌데아라과'를 "미국 땅에서 위협이 되는 거리 갱단"으로 간주하고 FTO와 SDGT에 포함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마두로 대통령 역시 이날 "트렌데아라과는 베네수엘라를 공격하며 사회를 어지럽히는 도구"라고 힐난했고, 타레크 윌리암 사브 검찰총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날인 지난 20일 "트렌데아라과 관련자 48명을 기소했고, 이 조직은 베네수엘라에서 대부분 해산됐다"고 콕 집어 공표했다.

트럼프 1기 정부 때 미국의 강력한 제재 여파로 극심한 경제난을 경험했던 마두로 대통령은 최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유화 메시지를 발신하며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좋은 관계" 구축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트럼프의 불법체류자 추방 정책과 관련해서는 "베네수엘라는 항상 우리 국민을 환영하며, (이민자들이) 고향으로 돌아오면 친구와 파티를 즐기며 많은 것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수용 의사를 내비치기도 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