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지역이 전체 피해 면적의 절반 넘어… 개간·가뭄 등 영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국토 면적 세계 5위인 브라질(851만㎢)에서 작년 한 해동안 화재로 피해를 본 면적이 이탈리아 국토 전체 크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브라질 영토 변화 모니터링을 위한 비정부기구(NGO)·대학·기업 이니셔티브인 '맵비오마스'(MapBiomas)는 22일(현지시간) 보도자료[https://brasil.mapbiomas.org/2025/01/22/area-queimada-no-brasil-cresce-79-em-2024-e-supera-os-30-milhoes-de-hectares/]를 내고 "지난해 브라질에서는 이탈리아 전체 면적(30만2천㎢)보다 넓은 30만8천㎢가 불에 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한반도에서 남한 국토 면적(10만㎢)의 3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2023년과 비교하면 79%(13만6천㎢) 늘어난 것으로, 최근 6년 새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맵비오마스는 덧붙였다.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은 아마존 열대우림이다.
지난해 화재 피해 면적의 58% 수준인 17만9천㎢가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소실됐다.
1995년부터 아마존 열대우림의 지속 가능한 개발 방안을 연구한 아마존 환경연구소(Ipam)의 아니 알렌카르 소장은 "기존과는 다르게 지난해 처음으로 아마존에서는 삼림 지역이 초원과 목초지를 넘어 화재에 가장 심대한 영향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맵비오마스를 비롯한 현지 전문가들은 농경지 확보를 위한 인위적 개간(화전·火田)과 엘니뇨 영향에 따른 가뭄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짚었다.
맵비오마스는 '일단 숲이 불에 타면, 회복하는 데 몇 년이 걸린다'며, 아마존 화재가 인간의 행동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넓고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가진 열대초원으로 꼽히는 세하두(Cerrado)도 큰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IPAM 연구원이자 맵비오마스 팀원인 베라 아후다는 "역사적으로 세하두에서는 우기 낙뢰에 의한 자연 화재가 주를 이뤘다"며 "하지만 최근엔 건기에 농경지 확보를 위한 방화로 보이는 화재가 심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맵비오마스는 올해에도 비슷한 양상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토양이 수분을 머금으려면 많은 강우량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현재로선 부정적"이라고 부연했다.
이런 시나리오는 아마존 열대우림 보전을 주요 국정 과제로 삼고 있는,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에겐 부담으로 여겨질 것으로 보인다.
룰라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비슷한 '기후 위기 부정론자'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정부의 아마존 개발 허용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전 세계에 열대우림을 지키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올해 11월 브라질 벨렝에서 열릴 예정인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계기로 룰라 대통령은 기후 의제 설정에 있어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현지 일간 G1은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기후변화 협정 재탈퇴 결정으로 브라질 당국은 당혹해하는 상황이다.
맵비오마스는 아마존 열대우림과 삼림 보전에 있어서 갈 길이 멀다면서, "기후 위기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조율된 행동과 참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