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트럼프 귀환에 'ESG 규제' 후퇴?…독·프, 잇달아 압박

연합뉴스 2025-01-23 01:00:08

트럼프, 기후정책 뒤집고 관세 예고…"유럽만 규제시 경쟁력 약화" 주장

EU 깃발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기업의 환경·사회적 책무·기업지배구조(ESG) 책임 강화를 목표로 마련한 규제를 완화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기업 지속가능성 보고 지침'(이하 CSRD) 규제 범위 축소를 골자로 한 제안서를 이르면 이번 주 EU 집행위원회에 전달할 계획이다.

프랑스 정부 대변인은 이날 규제의 목적은 기업들이 감당 가능하며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며 "현행대로 CSRD가 시행되는 건 기업들에 지옥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프랑스에 앞서 독일 정부 주요 장관들도 지난달 집행위에 CSRD 시행을 2년 연기해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당시 장관들은 "기업들의 지나친 보고 부담을 없애는 것이 우리의 우선순위"라면서 CSRD 보고 항목은 물론 적용 대상 기업의 범위도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복수의 소식통은 집행위가 CSRD의 적용 범위를 상당 부분 축소하는 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EU 집행위 대변인은 CSRD 관련 자세한 설명 없이 관련 논의가 내달 26일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CSRD는 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비(非)EU 기업을 포함한 모든 대기업, 상장 중소기업이 환경·사회적 영향 활동에 대한 정기적인 보고서를 발행하도록 하는 규정이다. '지속가능성 공시'로도 불린다.

이 지침에 따라 올해부터 기업 규모별로 순차적으로 관련 보고서 공개가 의무화된다. 현행 계획에 따르면 적용 대상 기업이 약 5만개에 달하며, 유럽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도 영향권에 들 전망이다.

그러나 EU 경제가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기업의 행정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주장이 입법 과정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EU 양대 축인 프랑스와 독일 정부가 나서서 제동을 걸고 나선 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복귀에 따라 달라진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 기후정책을 뒤집고 화석연료 생산을 늘리겠다고 공언했으며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EU를 비롯한 동맹에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만 규제를 강화하는 기조를 유지하면 그렇지 않아도 뒤처지는 경쟁력이 치명타를 입을 것이라고 산업계는 주장한다.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를 지낸 마리오 드라기 전 이탈리아 총리도 작년 9월 집행위 의뢰로 발표한 'EU의 미래 경쟁력'에 관한 자문 보고서에서 CSRD와 EU의 별도 기업 규제인 공급망 실사 지침을 "규제 부담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기업의 행정부담을 지금보다 35% 이상 줄이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shi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