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경쟁당국 수장 경질…"경제성장 최우선 신호 보내려"

연합뉴스 2025-01-23 00:00:39

디지털법 발효로 빅테크 단속 강화할 시점…임시의장, 아마존 임원 출신

스타머 총리와 리브스 재무장관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 노동당 정부가 경제 성장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신호를 보내기 위해 반독점 경쟁 당국 수장을 경질했다고 블룸버그, 로이터 통신 등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정부는 전날 마커스 보커링크 경쟁시장청(CMA) 상임의장이 사임하고 더그 거 전 영국 아마존 책임자가 임시 의장을 맡는다고 발표했다.

보커링크는 2022년 전임 보수당 정부에서 5년 임기의 의장에 취임했으나 조기 퇴진하게 됐다.

이는 CMA가 지난해 7월 출범 이후 경제 성장 촉진을 최우선 의제로 세운 노동당 정부의 기조에 발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정부 소식통들이 전했다.

레이철 리브스 재무장관도 22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의 한 행사에서 "그(보커링크)는 현 정부의 임무와 전략적 방향을 공유하는 사람에게 자리를 내줄 때라고 인정했다"고 말했다.

키어 스타머 총리는 출범 이후 성장 중심 국정 운영을 천명하고 규제 완화를 공언하면서 주요 규제 기관에 기업 부담 완화와 성장 촉진 대책을 보고하도록 했다.

CMA는 "진짜로 문제가 있는 인수합병"에 집중하고 정부 성장 기조를 뒷받침하도록 기업 거래에 접근하겠다고 했지만, 스타머 정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 것으로 전해진다.

임시 의장을 맡은 더그 거는 중국 아마존 대표로 일한 2년을 포함해 2020년까지 10년간 아마존에서 일했다.

CMA 수장 교체는 올해부터 디지털 시장 담당부를 신설 운영하면서 미국 빅테크 기업 단속에 시동을 걸려는 시점에 이뤄졌다.

CMA는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업체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에 제동을 걸어 거래 구조 변경을 끌어냈던 기관이다. 처음 인수가 막혔을 당시 MS 고위 임원은 "(영국은) 사업하기에 나쁘다"며 규제를 비판했다.

영국에서는 올해 1월 1일부터 '디지털 시장 경쟁 소비자법'이 발효됐으며 CMA는 이달 초 이에 따라 '전략적 시장 지위'를 가진 기업을 지정해 공정 경쟁을 위한 요건을 부과하거나 개입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폴리티코 유럽판은 "CMA는 디지털 시장에 더 평평한 운동장을 조성해야 한다고 하지만, 빅테크는 영국 투자 의욕이 꺾일 것이라고 경고한다"며 "이런 테크 기업들은 거 임시 의장의 지지를 바랄 것"이라고 지적했다.

cheror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