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피아니스트 노부유키 "피아노는 즐거움…가장 큰 의미"

연합뉴스 2025-01-23 00:00:28

3월 두 번째 내한 리사이틀…"별난 베토벤, 까칠한 쇼팽, '자뻑' 리스트 연주"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피아노는 그저 즐거움입니다. 즐겁게 연주하고 그 기분을 관객에게도 잘 전달해주는 것이 연주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죠."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난 일본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37)는 공연장에서 항상 미소 띤 얼굴로 연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신체적 한계를 지닌 그에게 피아노는 평생의 즐길 거리이기 때문이다.

오는 3월 11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 리사이틀을 여는 노부유키는 22일 국내 취재진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피아노는 제 인생에서 가장 큰 의미"라고 밝혔다.

'항상 즐거운 표정을 짓는 이유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는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피아노를 연주할 때가 가장 즐겁다"면서 "피아노는 슬플 때나 괴로울 때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성격 자체가 밝고 긍정적인 데다 피아노 연주가 즐겁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으로 공연을 준비한다"며 "그 덕분에 한 번도 슬럼프를 겪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선천성 소안구증을 가지고 태어난 노부유키는 두 살 때 어머니의 노래에 맞춰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2005년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최연소 나이로 비평가상을 받으며 이름을 알린 노부유키는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우승을 차지하면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반열에 올랐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지난해 일본 피아니스트로서는 최초로 독일의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인 '도이치 그라모폰'과 독점 계약을 맺었다.

도이치 그라모폰이 발매한 음반을 들으며 피아니스트의 꿈을 꿨던 노부유키는 그들과의 독점 계약이 꿈만 같았다고 한다. 그는 "어린 시절 많이 들었던 레이블과 계약해 너무 기뻤다"며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레이블과 계약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 한국에서 첫 독주회를 연 노부유키는 1년 만에 다시 열리는 내한 공연에 큰 기대감도 표했다. 그는 "한국 관객은 얌전한 일본 관객과 달리 열광적인 반응을 해줘서 인상적이었다"며 "멋진 음악을 들려줄 각오가 돼 있으니 많은 한국 관객이 음악을 즐기러 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아니스트 쓰지이 노부유키

이번 내한 공연에서 연주할 베토벤과 쇼팽, 리스트의 음악에 대한 소신도 밝혔다.

노부유키는 "이번 공연은 제가 도전하고 싶은 곡들로 프로그램을 짰다"며 "독특한 별종 같은 느낌의 베토벤, 신경질적이면서도 친절한 쇼팽의 곡과 함께 '나 좀 대단하지'라며 뽐내는 듯한 리스트의 곡들을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중 '발트슈타인'과 쇼팽의 '두 개의 야상곡'과 '피아노 소나타 3번', 리스트의 '꿈 속에서'와 '메피스토 왈츠'를 연주한다.

어느덧 30대 후반의 중견 연주자가 된 노부유키는 지금도 '초짜' 피아니스트라는 마음가짐으로 공연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는 "피아노는 끝이 정해진 것이 아니고 평생 해야 하는 일"이라며 "특히 올해는 굵직한 공연이 많아 다시 평생 공부의 출발선에 선 기분"이라고 말했다.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