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로 극복하는 차별…신간 '숨겨진 여성들'·'인간 차별'

연합뉴스 2025-01-23 00:00:26

숨겨진 여성들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실제) 차별의 모습은 우리가 차별이라고 생각하는 것과 달랐다. 여성들이 함께 모여 정보를 공유했을 때 차별은 반박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숨겨진 여성들' 중)

차별과 혐오로 얼룩진 현대 사회를 진단하고, '연대'를 통한 해법을 제시하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미국 보스턴글로브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인 케이트 제르니케의 '숨겨진 여성들'(북스힐)은 학교의 은밀한 차별에 저항하는 여성 교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여성 교수 16명이 학교의 여성 차별 정책에 맞서 싸운 과정을 담았다.

분자생물학자인 낸시 홉킨스를 중심으로 모인 MIT 여성 교수들은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학교의 차별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실 크기'와 '급여 내역' 등 각종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를 정량화해 분석한 결과 여성 교수들은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남성 교수보다 작은 크기의 연구실을 배정받았고, 같은 직급의 남성 교수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세계적인 명문대인 MIT 전반에 퍼져 있던 여성 차별의 구조적 패턴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보도한 저자는 수많은 취재 자료와 인터뷰를 엮어 MIT의 차별을 밝혀낸 여성 교수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저자는 여성 교수들의 투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다고 말한다. 그는 차별은 종종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며, 이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인간 차별

재미 저널리스트인 안희경의 '인간 차별'(김영사)은 현대 사회의 차별 구조를 분석하고 공동체적 해결책을 모색한 책이다.

책은 독자에게 "타인이 안전하지 않은데, 내가 안전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차별과 혐오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가리지 않고 사회적 위험으로 되돌아온다고 경고한다.

책은 또 어떤 종류의 차별이든 결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한다. 명백한 차별은 유혈 사태를 낳고, 은근한 배제는 사회의 결속을 서서히 무너뜨린다고 설명한다.

이민자로서 수많은 차별과 혐오를 겪은 저자는 연대와 보살핌을 해결책으로 내세운다. 서로를 돌보고 연대할 경우에만 차별과 혐오로 무너지는 사회를 구해낼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숨겨진 여성들 = 정미진 옮김. 544쪽.

▲ 인간 차별 = 272쪽.

hy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