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교협 정기총회…소규모 대학들 "절박한 상황" 재정난 호소도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을 인상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을 정부가 고려해 등록금과 관련된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2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정기총회에서 이성근 성신여대 총장은 총회 마지막 순서인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의 대화에서 "14년간 등록금을 인하한 경험도 있으나 이번에 처음 올리게 됐다"며 "그런데 동결한 대학에만 인센티브를 줘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는 교육부가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의 대학혁신지원사업과 전문대학혁신지원사업의 인건비 집행 한도를 25%에서 30%로 각각 상향하기로 한 점을 지적한 것이다.
교육부는 올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이 잇따르자 등록금을 올리지 않은 대학에만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지원하는 데 더해 추가적인 유인책을 제공했다.
이 총장은 "국가장학금은 국가가 학생에게 주는 보편적 정책이고 대학과의 정책과는 무관한데 이를 등록금 인상과 연동하는 건 학생의 부담을 늘리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덕형 한국신학대 총장은 "소규모 대학이 등록금을 올릴 땐 절박해서"라며 "학생들이 오히려 올리라고 한다"고 어려운 사정을 토로했다.
황 총장은 "(대학 규모와 상관 없이) 똑같이 규제하면 옳지 않다"며 "소규모 대학이 가진 재정적 절박함을 보고 (대형 대학과 다르게) 대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부총리는 "첫 임기 때 '반값 등록금' 정책을 추진하면서 국가장학금과 등록금을 연동했는데 이게 쭉 이어져 왔다"며 "두 번째 장관을 할 때 (규제를) 풀어달라는 의견을 줬고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올해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정부로서도 권한대행 체제라 갑자기 정책을 발표하는 게 쉽지 않고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선 경제도 어렵고 민생도 어려운 상황이라 대학이 조금 더 참아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죄송하다"고 답했다.
그는 "등록금 규제를 추가로 완화하거나 동결 기조에서 어려웠던 부분을 해소해달라는 제안이 있는 걸 안다"며 "당장의 변화는 힘들지만, 지속해서 수용될 해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다만 "등록금 의존율이 낮아지면서 선진형으로 가는 부분도 있다"며 "미국은 등록금 의존율이 35% 수준인데 거기까지 내려갈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등록금 외 다른 재원으로 대학이 (재정을) 충당하는 구조가 보다 선진적인 구조"라고 강조했다.
국내 대학의 등록금 의존율은 50∼60% 수준으로 알려졌다.
박상규 대교협 회장은 "대학도 어려운 상황에서 인상하는 점을 고려해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총회에는 회원대학 197개 중 131개교 총장(대참 포함)이 참석했다.
이날 오전에는 총회가 열린 웨스틴조선호텔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 소속 학생들이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손팻말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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