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맏형도 적자인데"…건설사 실적 난항 우려

연합뉴스 2025-01-23 00:00:17

현대건설 1조2천억원대 영업손실에 삼성 건설부문도 영업익 3.2%↓

공사비 상승세 지속에 건설사 수익 악화…"올해 더 나쁠 수도"

현대건설 사옥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현대건설이 계열사의 해외 사업 부진 여파로 23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다른 주요 건설사도 예년보다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 지난해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았던데다 공사비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했을 것이라는 점에서다.

업계에선 건설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의 실적 부진에 더해 올해 업황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실적 하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건설은 22일 실적 발표 공시를 통해 연결 기준 작년 한해 영업손실이 1조2천209억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년(영업이익 7천854억원) 대비 적자 전환한 것은 물론, 2001년 이래 첫 연간 영업손실 기록이다.

실적 발표 전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 평균치(컨센서스)는 5천448억원이었으나 시장 예상을 완전히 비껴가며 어닝 쇼크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건설은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 기조 지속으로 인한 공사비 상승 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특히 해외 현장에서의 사업비 증가가 주원인으로 손꼽힌다.

현대건설의 연결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에서 수주한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약 1조2천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는데 이를 작년 4분기 실적에 한꺼번에 반영한 것이 실적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분석됐다.

현대건설에 이어 이날 실적을 발표한 삼성물산도 지난해 건설부문 영업이익이 1조1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 줄었다.

뒤이어 실적 발표를 앞둔 다른 건설사들도 줄줄이 실적 부진이 전망된다.

내달 초 실적 발표를 앞둔 대우건설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3천458억원(지난 20일 기준)으로, 전년 대비 47.8% 감소한 수준이다. 당기순이익은 50.7% 줄어든 2천571억원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은 매출액도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DL이앤씨의 작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19.27% 감소한 2천669억원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몇 년 전 공사비가 낮을 때 수주한 사업들을 지금의 높은 공사비에 맞춰 사업을 진행하다 보니 손실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요즘도 인건비와 안전비용 등으로 공사비 부담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업계 1·2위가 이럴 정도면 다른 곳은 어떻겠느냐"며 "업황이 어렵다는 얘기는 매년 나오지만 최근에는 정말 어렵다. 내부에선 올해 전망을 더 안 좋게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모두 올해 건설 경기 전망에서 건설 투자가 작년보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일각에선 현대건설이 대표 교체에 맞춰 부실털기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현대건설이 대규모 손실의 원인으로 지목한 해외 사업장의 경우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인데도 향후 예상되는 사업 손실까지 선제적으로 반영했다는 점에서다.

일반적으로 공사로 인한 손실은 공사 진행률에 맞춰 실적에 나눠 반영한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내년 말, 사우디 가스플랜트는 올해 8월 완공 예정이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털고 가자는 인식이 있었을 뿐"이라며 "향후 손실까지 선제적으로 반영했기에 추가로 반영되는 손실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추후 손실로 반영될만한 다른 사업장도 없다"고 강조했다.

lucid@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