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순환출자로 영풍 의결권 제한 시도…MBK "주총 막으려는 꼼수"(종합)

연합뉴스 2025-01-23 00:00:17

손자회사 선메탈 통해 영풍 지분 10.3% 취득…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적용 의도

임시주총 하루전 지분열세 뒤집기 위한 카드…영풍·MBK 반발 "위법 행위로 주총 파행 의도"

고려아연 본사 안내판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010130]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이 되는 임시 주주총회를 하루 앞둔 22일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000670]의 고려아연 주식 의결권을 제한하기 위한 조치를 단행했다.

최 회장 측이 승부수로 던졌던 '집중투표제 카드'가 법원의 가처분 신청 부분 인용으로 무산되자 임시주총 직전에 판을 흔드는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영풍·MBK파트너스가 이번 조치를 '불법적인 의결권 제한 시도'로 규정하며 효력이 없다고 맞서고 있어 23일 임시주총이 파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날 손자회사인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최윤범 회장 등 최씨 일가 및 고려아연 계열사인 영풍정밀[036560]이 보유하고 있는 영풍 지분 일부를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SMC가 취득한 영풍 주식은 19만226주로, 영풍 전체 발행주식(184만2천40주)의 10.3%에 해당하는 규모다. 금액으로는 575억원이다.

SMC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설립한 아연제련업을 영위하는 고려아연의 손자회사로, 고려아연은 상법 342조 3항에 따라 이를 자회사로 본다. SMC는 이날 장외매수를 통해 영풍 지분 10% 이상을 새로 취득했다.

이번 지분 거래로 고려아연 지배구조에 '순환출자 고리'가 생기게 됐다.

고려아연은 호주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SMC를 100% 지배하고 있다. SMC가 영풍 지분 10.3%를 확보하면서 고려아연 지분 약 25%를 보유하고 있는 영풍에 대한 지배력을 갖게 된다.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상법상 의결권 규정이 새롭게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상법 369조 3항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가 새로운 규정에 맞춰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임시 주총에서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의 의결권 행사가 제한될 수 있다.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40.97%,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4.35% 수준으로 본다. 이 가운데 영풍이 보유한 지분은 25.42%다.

이번 임시 주총 표 대결의 핵심인 이사 선임안에 집중투표제 적용이 무산되면서 최윤범 회장 측이 추천한 이사 7명의 진입은 어렵고, 영풍·MBK파트너스 측이 추천한 이사 14명의 이사회 진입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영풍 지분 약 25%의 의결권 효력이 사라진다면 최 회장 측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구도가 형성된다.

고려아연은 "성공적인 임시 주총 진행으로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지키고 국가 핵심기술 등의 해외 유출을 막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은 법 명문상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며 이번 조치가 합법적 효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영풍·MBK 연합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강력히 반발했다.

영풍·MBK는 "상호주 소유에 관한 상법 조항들은 '국내 법인'인 '주식회사'들 사이에만 적용된다"며 SMC는 외국기업이자 유한회사라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맞받았다.

이날 영풍정밀이 제출한 영풍에 대한 주식 대량보유상황보고서에 따르면 선메탈코퍼레이션의 정식 명칭은 'Sun Metals Corporation Pty Ltd'이며 법적 성격은 유한회사로 분류됐다.

영풍·MBK는 최 회장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구조의 허점을 이용했다며 "정부에서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외국 법인을 이용한 순환출자규제를 회피함으로써 또 하나의 역외 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외국 손자회사를 이용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주장은 의결권 지분 판세에서도 밀리고, 집중투표 방식의 이사선임도 불가능해진 최윤범 회장이 감행한 기습적이고 불법적인 시도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고려아연과 최 회장의 부당하고 불법적인 의결권 제한 시도에 대항해 잘못된 점을 내일 주주총회에서 설명하고, 정당한 의결권을 행사하도록 하고자 한다"며 "최윤범 회장은 본인의 자리보전을 위해 고려아연은 물론 대한민국의 자본시장 전체와 법률 시스템을 흔드는 위법한 행위를 즉시 중단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임시주총 하루 전 최 회장이 꺼낸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에 영풍·MBK가 반발하면서 주총은 파행으로 치닫게 될 것으로 관측된다.

MBK 관계자는 "내일(23일) 고려아연은 영풍의 지분에 대한 의결권이 제한된다고 얘기할 텐데 이 자체가 주주총회를 파행시키겠다는 의도"라며 "임시주총만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꼼수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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