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집권 첫날 "北, 엄청난 콘도 역량" 강조
트럼프 '北 핵보유국' 발언도…김정은 반응 주목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북한에선 아주 훌륭한 해안선을 볼 수 있다. 훌륭한 호텔을 지을 수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가진 기자회견 도중 준비해간 아이패드로 동영상을 보여주며 이런 말을 했다.
동영상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개혁·개방의 길로 접어들 경우 기대할 수 있는 발전된 북한의 미래모습을 희망적으로 그린 내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오늘 김 위원장에게 회담 마무리 시점에서 보여줬는데 아주 좋아하는 듯했다"며 "(북한의) 높은 미래 수준을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측은 북한이 비핵화를 선택했을 경우 북한이 걸어갈 수 있는 '발전된 미래상'을 집중 제시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2018년 5월 31일 뉴욕에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과 고위급 회담을 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회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강하고(stong), 연결된(connected), 안전하고(secure), 번영한(prosperous) 북한의 모습을 상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후 언론에서는 '북한의 SCSP' 미래 청사진으로 이를 불렀다.
당시 폼페이오 장관이 김 부장과의 만찬을 위해 잡은 장소는 뉴욕 맨해튼의 고층빌딩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55층짜리 코린티안 콘도미니엄이었다.
이곳을 만찬장소로 택한 것은 북한 대표단에 경제적 번영의 모델을 확실히 보여주겠다는 의도로 해석됐다.
1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아름다운 해안선'이 화제가 되자 한동안 외교가에서는 미북 관계 개선과 함께 대규모 대북 투자 유치와 부동산 개발, 관광 사업 등이 추진될 가능성이 거론됐다.
특히 부동산 재벌 출신인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입지적 장점을 언급한 것이 화제가 됐다.
세계적인 투자자 짐 로저스는 '넥스트 차이나'로 북한을 지목하면서 북한 투자 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아무런 성과가 없이 결렬되고, 이후 북한이 핵무력 고도화의 길로 질주하면서 '북한 투자 계획'은 신기루처럼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돌아온 트럼프가 2기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옛 추억을 상기시키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김정은 위원장과의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한 뒤 "난 그(김정은)가 엄청난 콘도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많은 해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7년 전의 싱가포르 때 북한에 제시했던 '미래 청사진'을 떠오르게 만든 트럼프의 의도는 향후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양국 간 관계 개선과 함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카드로 사용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 가능하다.
이제 관심은 북한의 반응에 쏠린다.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이후 현재까지 미국에 대한 강한 불신감을 피력해오고 있다.
하지만 집권 2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부르며 과거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한 만큼 상황 변화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이 많이 나오고 있다.
예측불허의 트럼프 2기 시대를 맞아 다시 한번 미북관계의 유동성이 주목되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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