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비판도…"반유대주의·테러 집단 후원에 세금 사용 안돼"
(서울=연합뉴스) 고동욱 기자 = 엘리스 스터파닉 주유엔 미국 대사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이스라엘 극우 세력의 '요르단강 서안지구 합병' 주장에 동의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냈다.
2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스터파닉 후보자는 이날 상원 외교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크리스 밴 홀런(메릴랜드주) 상원의원의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밴 홀런 상원의원이 "후보자는 내게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 '성경적 권리'를 가진다는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이타마르 벤-그비르 전 국가안보장관의 관점에 동의한다고 말한 바 있다. 지금도 그 생각이 그대로인가"라고 묻자 스터파닉 후보자는 "그렇다"고 말했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지역이지만 이스라엘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군대를 주둔시키고 정착민들을 보내고 있다.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서안에 대한 성경적·역사적 권리가 있다며 이스라엘 영토로 병합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행정명령을 통해 서안지구에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에 폭력을 행사한 이스라엘인들에 대한 제재를 해제한 데 이어 주유엔 대사 후보자가 이런 입장을 밝히면서 이스라엘 내 극우 인사들의 목소리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발령된 지 하루 만인 이날 서안지구 북부 도시 제닌을 공격했다. 이에 최소 9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 서안지구는 가자지구 휴전협정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 곳이다.
스터파닉 후보자는 나아가 유엔을 '반유대주의 소굴'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세금이 미국의 이익에 반하거나 반유대주의적인 집단, 혹은 사기나 부패, 테러에 연루된 집단을 후원하는 데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스터파닉 후보자의 이런 입장은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등에서 탈퇴한 것과 궤를 같이한다고 분석했다.
미국은 현재 유엔 예산의 약 22%를 책임지는 최대 후원국이다. 중국이 15.25%, 일본이 8% 등으로 뒤를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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