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어재단 신년경제포럼…"진영 대립 넘어 혁신 필요"
(서울=연합뉴스) 민선희 기자 = 올해 우리나라가 세계 안보와 경제 격변 와중에 국가적 회복력 상실 위험에 직면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김동원 전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22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니어재단 주최로 열린 신년경제포럼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고령화와 양극화에 대응하는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1%대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말했다.
김 전 교수에 따르면 한국 경제는 경기 연착륙, 즉 '장기 저성장'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위기 충격으로 경기 경착륙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으며, 이 시나리오에서는 금융위기, 환율, 글로벌 경기 변동 등이 주요 위험이 될 수 있다.
김 전 교수는 "일본 경제의 잃어버린 30년을 깎아내리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은 경제력 누적이 미흡해 일본과 같은 '평온한 장기 침체'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다"라고도 지적했다.
일본은 지난 30년간 평균 국내총생산(GDP) 2.8%의 해외투자 수익이 환율 등 대외 불균형으로 인한 위험을 상쇄했고, 대내 불균형 문제인 디플레이션만이 만성적인 과제였다면 한국은 대내외 불균형 위험이 동시에 있다는 것이다.
이어 "경제가 지속 가능한 성장 경로에서 이탈하는 경우 장기간 침체되고 매우 낮은 성장률을 보인다"며 "10년 정도의 장기 성장 경로를 결정하는 것은 물가나 통화 같은 명목 변수가 아닌 생산성, 혁신, 노동력 성장 등 근본적인 실물 변수"라고 강조했다.
김 전 교수는 "우리나라는 정치권력이 경제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며 보수와 진보의 극한 대립은 정부의 조정 역량을 떨어트리고, 고환율 장기화는 국가신용등급 하락,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만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가 진영 대립을 넘어 미래지향적 혁신국가로 탈바꿈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지만, 미래지향적 혁신국가로 전환에 실패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비관적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 선임연구위원은 올해 세계 경제가 3.0% 성장하면서 성장세가 둔화하겠지만, 국가별로 성장세는 차별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국과 인도, 아세안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겠지만, 중국과 유럽은 저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경제구조를 고려해 상품 수출과 함께 서비스 수출을 확대해야 한다"며 한국의 강점인 디지털, 한류 등을 활용한 상품과 서비스의 융합, 새로운 서비스 수출 상품 개발 등을 제언했다.
이어 외환위기 가능성은 작지만, 과도한 금융시장 변동성에 대비해 금융 안정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은 "국내 경제주체들은 지나친 불안감과 공포심 속 위축되고 있다"며 "정부는 경제 심리 안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것을 최대한 막고, 트럼프 새 정부의 정책 기조를 정확히 파악한 뒤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는 한편, 국내 민간 소비 지출을 늘리기 위한 과감한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s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