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즈덤, 4번 타순 유력…"한 달이면 적응 마칠 것"
"이의리 7∼8월 복귀하면 양현종, 윤영철 쉴 수 있어"
(영종도=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꿈 같은 시간을 보낸 프로야구 디펜딩챔피언 KIA 타이거즈의 이범호 감독은 비장한 표정으로 다시 출발선에 섰다.
이범호 감독은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으로 스프링캠프 출국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새 시즌 구상에 관한 큰 틀을 공개하면서 2년 연속 통합 우승을 일구겠다고 다짐했다.
이 감독이 사령탑 신분으로 스프링캠프 출국길에 오르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KIA는 지난 시즌 불미스러운 일로 사령탑 없이 호주 스프링캠프를 떠났고, 호주에서 타격 코치로 활동하던 이범호 감독을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이범호 감독은 "코치로 스프링캠프를 떠날 때나 감독으로 떠날 때나 마음가짐은 똑같다"며 "늘 하던 대로 선수 부상을 조심하면서 차분하게 새 시즌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첫 훈련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이범호 감독은 선수 활용을 많이 고민한 듯했다.
마무리 투수는 기존 정해영을 활용하면서 새로 영입한 조상우를 상황에 따라 기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시즌 2번과 3번 타순에서 맹활약한 간판스타 김도영은 3번 타자로 중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자랑하지만, 정교한 타격 능력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새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에 관해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KIA는 22일과 23일 이틀에 걸쳐 스프링캠프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으로 떠난다.
아울러 선수단 전원이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원한 비즈니스석을 이용한다. 다음은 이범호 감독과 일문일답.
-- 부상 회복 중인 선발 투수 이의리와 우완 신인 투수 김태형이 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는데 어떤 배경인가.
▲ (지난해 6월 팔꿈치 수술을 받은) 이의리는 투구 훈련을 해야 하는 단계다. 3∼4월부터 퓨처스리그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돌면서 투구 수를 늘리고 7∼8월에 복귀해야 한다. 트레이닝 파트에선 투수 코치가 옆에서 훈련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낫다고 보고했다. 그래서 (재활군 훈련보다는) 스프링캠프에 동행하도록 했다. 김태형을 포함한 건 6,7선발 투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즌 중엔 부상 선수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후보 선수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일단 김태형의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할 것이다.
-- 마무리 투수를 포함한 불펜진 구상은.
▲ 기존 틀을 유지하려고 한다. 마무리는 정해영을 쓰고, 조상우는 앞쪽에서 강한 타순을 만났을 때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일단 조상우와 많은 대화를 하겠다. 편하게 느끼는 자리가 어디인지 이야기를 나누겠다.
-- 당장 5선발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선발 투수 경쟁에서 밀려난 투수는 불펜으로 활용하나. 아니면 퓨처스(2군)리그 선발로 쓰면서 부상 선수가 나오는 상황에 대비하나.
▲ 고민하고 있다. 퓨처스리그에서 쓰기엔 좋은 선발 후보가 많다. 5선발을 정하더라도 나머지 투수들은 긴 이닝을 던질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김태형은 시범 경기에서 (선발로) 투입할 생각이다.
-- 가장 고민하는 포지션은.
▲ 선발 투수다. 자원이 부족한 건 아니다. 누구를 쓸지 선택만 남았다. 따라서 크게 우려할 부분은 아니다. 아울러 외국인 타자를 (기존 외야수 소크라테스 브리토에서 1루수 위즈덤으로) 바꿨기 때문에 수비 위치를 다시 정해야 한다. 위즈덤이 잘해주면 최고다. 그러나 시즌 초반 (적응 과정을 겪느라) 안 좋은 모습을 보이면 1루수와 좌익수 자리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 새 스프링캠프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 어바인은 어떤 점이 좋나.
▲ 애리조나주로 가려면 비행기를 두 번 타야 한다. 어바인은 한 번만 타면 된다. 이동에 걸리는 시간을 5∼6시간 아낄 수 있다. 날씨도 어바인이 애리조나보다 따뜻하다.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선수단 전원에 비즈니스 왕복 항공권을 지원했는데, 선수단 훈련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나.
▲ 컨디션 회복에 큰 도움이 된다. 탈 때는 모르는데, 내릴 때 확실하게 다르다. 비즈니스석 탑승이 선수들의 동기부여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 선수들이 많은 것을 느낄 것 같다. 감사하다.
-- 그동안 2년 연속 우승을 거둔 팀이 잘 나오지 않았는데.
▲ 전통적으로 우승팀은 무게감이 큰 경기를 치른 탓에 다른 팀보다 비시즌에 선수단 컨디션을 유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우리 팀은 불펜 투수들이 대부분 적은 이닝을 소화했고, 선발 투수들도 양현종(171⅓이닝)을 제외하면 많은 이닝을 던진 선수가 없다. 큰 문제는 없을 것이다. 또한 지난해 한국시리즈는 예년보다 빨리 끝났기 때문에 휴식 시간이 충분했다.
-- 김도영이 KBO리그 선수 4년 차 최고 연봉인 5억원에 사인했는데.
▲ 잘하는 선수는 연봉을 많이 받아야 하고,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이에 맞는 성적을 내야 한다. 구단은 김도영에게 더 잘하라는 의미로 최고 연봉을 안긴 것 같다. 김도영이 현재 연봉에 만족하지 말고 더 잘하기를 바란다. 김도영의 성격을 비춰보면 자만하지 않을 것 같다.
-- 김도영의 새 시즌 역할과 타순은.
▲ 3번 타순을 생각 중이다. 김도영은 작전 수행 능력이 좋고 발이 빠르다. 모든 면이 훌륭한 선수다. 2번보다는 3번에 놔둬야 팀이 강해질 것이다. 1, 2번은 선수 능력과 컨디션 등을 고려해 배치할 생각이다.
-- 위즈덤의 타순은 결정했나.
▲ 일단 캠프 현장에서 봐야 할 것 같다. 김도영 뒤엔 해결 능력이 뛰어난 선수를 붙여야 할 것 같다. 김도영은 출루 능력이 좋고 도루를 잘하는 선수다. 위즈덤을 4번에 두면 투수들은 (주자 김도영을 묶기 위해 변화구 위주의 승부 대신) 공격적인 투구를 해야 한다. 일단 위즈덤은 김도영 뒤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은데 어떤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먼저 확인하겠다. 6번으로 쓸 수도 있다.
-- 위즈덤은 홈런 생산 능력이 좋지만 정밀함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데, 이에 관한 고민은 없나.
▲ 한 달 정도 뛰면 한국 야구에 적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KBO리그 투수들은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투수들보다 구속이 느리다. 위즈덤이 빠르게 타격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위즈덤은 나이(33세)도 많지 않다. 아울러 우리 팀 외국인 투수 제임스 네일과 굉장히 친하고 가족들도 한국에 올 계획이다.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 선발 양현종의 투구 이닝 관리 계획은.
▲ 양현종은 이의리가 복귀하는 7∼8월 정도에 조금 쉴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이라도 양현종이 힘들어하면 (선발 로테이션에서) 한 번 빼줄 수 있다. 워낙 성실하고 자기 관리를 잘하는 선수라서 6월까지는 체력적으로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양현종이든, (4선발) 윤영철이든 이의리가 돌아오면 휴식을 취하면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수 있다.
-- 최형우는 올해가 계약 마지막 해인데, 활용 방안은.
▲ 똑같다. 지명타자로 활용한다. 4번으로 쓸지, 6번으로 쓸지는 봐야 한다. 지난해에 올렸던 성적 정도는 올해도 충분히 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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