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 혐의 적발·수중드론 발견 등 거론…"의도적·계산된 움직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하는 필리핀이 사실상 중국을 겨냥, '외국 세력'이 필리핀 전국의 지도를 만들 정도로 샅샅이 염탐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 현지 매체 인콰이어러에 따르면 필리핀 해군 대변인인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준장은 중국인 간첩 체포와 관련해 전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필리핀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의 패턴을 살펴보면 "외국 세력이 이 나라의 지도를 만들려는 의도적이고 계산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 20일 필리핀 국가수사국(NBI)은 군 기지 등 중요 인프라를 정찰하고 관련 데이터를 중국에 넘긴 간첩 혐의로 중국인 소프트웨어 기술자 1명과 필리핀인 운전사 2명을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트리니다드 준장은 지난 달 중국 것으로 의심되는 수중 드론(무인잠수정·UUV)이 필리핀 영해에서 발견된 사실도 언급했다.
또 "의심스러운 특성과 배경을 가진" 지방정부 지도자, 가짜 신분증이나 가짜 출생증명서를 소지한 외국인 등이 발각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것이 바로 여러분의 군대가 감시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러한 사건에 직면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해 루손섬 타를라크주의 소도시 밤반시 시장이었던 앨리스 궈(36·여)가 중국계 온라인 도박장과 유착하고 중국인이면서 필리핀인으로 신분을 세탁한 혐의로 조사를 받던 도중 해외 도피했다가 붙잡혀서 필리핀에 송환됐다.
궈 전 시장은 뇌물·인신매매·돈세탁·탈세 등 혐의로 현재 구치소에 감금돼 있으며, 중국 간첩 노릇을 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또 이를 계기로 중국인이 허위 출생증명서를 통해 필리핀 국적을 얻은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NBI에 따르면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 다바오델수르주 산타크루즈시에서만 중국인이 허위 출생증명서를 발급받은 사례가 200건 가까이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에두아르도 아노 필리핀 국가안보보좌관도 성명을 내고 필리핀 의회가 진화하는 안보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반(反)간첩법 개정을 우선해서 다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이번 중국 간첩 체포가 "외국의 간섭으로 인한 지속적인 위협을 엄중히 상기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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