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작년 8개 상장사 유상증자에 제동…5곳은 철회·연기

연합뉴스 2025-01-22 14:00:09

한국ESG연구소 "주주권익 보호방안, 의결권 가이드라인에 마련해야"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지난해 8개 상장사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했고 이 가운데 5개사는 유상증자를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한국ESG연구소(KRESG)는 22일 발간한 '2025년 정기주주총회 프리뷰' 보고서에서 대규모 유상증자로 기존 주주의 가치 희석 우려가 있다며 일반주주 권익 보호 방안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마련한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유상증자를 결정한 기업 수는 2022년 211개사에서 지난해 324개사로 5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유상증자 건수는 283건에서 495건으로 74.9% 늘어났으며,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금액은 11조2천507억원에서 13조4천516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최근 3년(2022∼2024년)간 전체 유상증자 1천125건 중 79.8%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였으며,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12.5%), 일반공모(4.5%)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조달 금액으로 보면 주주배정후 실권주 일반공모(49%)와 제3자 배정(43%)이 대등한 비중을 차지했다.

최근에는 금감원이 유상증자를 추진한 일부 상장사를 대상으로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유상증자가 지연되거나 철회되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

지난해 금감원이 유상증자 증권신고서에 대해 정정 제출을 요구한 곳은 진원생명과학[011000], 이오플로우[294090], 금양[001570], 고려아연[010130], 대한광통신[010170], 이수페타시스[007660], 현대차증권[001500], 큐로홀딩스[051780] 등 8개사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진원생명과학, 이오플로우, 금양, 고려아연은 유상증자를 철회했고, 이수페타시스는 무기한 연기했다.

시기적으로 보면 1월에 정정 요구를 받은 진원생명과학을 제외하고 나머지 7개사는 금감원의 제동을 받은 시기가 9월 말 이후인 4분기로 집중됐다.

작년 7월 두산그룹의 사업구조 개편을 위한 계열사 합병 증권신고서에 금감원이 두 차례나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기 시작한 이후로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자본거래에 대해선 당국이 제동을 거는 사례가 빈번해졌다는 게 자본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고려아연은 대규모 자사주 공개매수 직후 일반공모 유상증자로 경영권을 방어하려다가 주주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금융당국이 조사까지 나서자 결국 계획을 철회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영위하는 사업과 맞지 않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려 했으나 투자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일정을 미뤘다.

연구소는 "유상증자는 회사의 주요한 자본 확충 수단이지만, 그 규모가 과다하면 기존 주주의 가치를 희석시킬 위험이 있다"며 "2025년 의결권 행사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면서 주주의 신주인수권에 관한 규정을 보다 명확히 해 발행예정주식총수를 과다하게 증가시키는 안에 대해 반대하는 규정을 신설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이사회안과 주주제안이 대립하는 경우 기업의 장기적 주주가치 제고에 부합하는 안에 찬성하고, 이사 후보자의 경력과 능력 등이 직무수행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경우 반대하겠다고 덧붙였다.

nor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