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포 634칸 중 9칸 피해…"말짱 도루묵 됐다" 하소연
순찰 경비원들 초동 진화로 확산 막아
(광주=연합뉴스) 정다움 기자 = "명절 대목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난데없는 불로 모두 말짱 도루묵이 됐네요."
설 연휴를 사흘 앞둔 22일 화마가 덮친 광주 서구 양동시장 채소 골목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골목 귀퉁이에 자리한 채소 점포 1곳에서 불이 나면서 일대는 메케한 탄 내음이 가득했다.
점포 곳곳을 태운 불은 30여분 만에 모두 꺼졌지만, 가판대와 상자 안에 가지런히 쌓여 있던 감자·고구마·양배추 등 채소류는 검게 그을린 채 바닥에 나뒹굴었다.
천장에 설치된 가설물과 냉동고 전선도 물에 타 흉물스럽게 외벽에 매달려 있었고, 미처 타지 못한 철제 간판과 의자가 잿더미 속에 위태로이 세워져 있어 이곳이 점포였다는 사실을 가늠케 했다.
양동시장에서는 이날 0시쯤 화재가 발생했다.
전체 점포 634칸 중 9칸이 피해를 봤는데, 3칸은 모두 탔고 나머지 6칸은 일부 소실됐다.
시장 안에 상주하며 순찰하는 경비원 2명이 신고하며 초동 진화에 나서면서 불이 다른 점포로 옮겨붙지는 않았다.
불이 난 점포 바로 옆에는 소화전도 설치돼 있는데, 이 소화전을 소방 당국이 이용해 불을 끄면서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다른 점포에 놓인 일부 채소류가 진화를 위한 소방용수를 머금으며 소방서 추산 830만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명절 대목을 코앞에 두고 덮친 화마로 상인들은 울상을 지으며 안타까워했다.
불에 탄 점포 3칸에서는 20여년 전 배우자를 따라 시장으로 들어온 60대 아주머니가 채소류를 팔았다.
손재주가 좋아 가내수공업을 일거리 삼아 가정을 꾸려왔지만, 불황으로 벌이가 줄어들면서 양동시장에 터를 잡았다.
덩그러니 놓인 채소류를 바라보던 피해 점포 상인 송모(67) 씨는 "대목인 만큼 두어 달 전부터 주문량을 늘려 점포 안에 보관해뒀다"며 "지금은 말짱 도루묵이 됐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래도 다친 사람이 없으니 다행"이라며 "다른 상인들의 장사가 잘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감식을 시작한 소방 당국은 냉장고 전선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고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발생으로 추정 중이다.
dau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