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압에 대기 '안정'·서풍 불며 먼지 유입된 뒤 빠지지 않아
전반적으론 농도 낮아지는 추세…中 정책 변경·기후변화 '변수'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절기상 대한(大寒)인 지난 20일 추위 대신 밀려온 미세먼지가 사흘째인 22일에도 빠져나가지 않고 있다.
전국 초미세먼지(PM2.5) 일평균 농도는 지난 15일 12㎍/㎥에서 17일 27㎍/㎥로 오른 뒤 19일까지 20㎍/㎥대를 유지하다가 20일 47㎍/㎥로 치솟았다.
22일은 오전 11시까지 일평균 농도가 65㎍/㎥에 달했다.
19일까지는 우리나라가 고기압 영향권에 들어 대기가 확산하지 못하면서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 축적이 높은 미세먼지 농도의 주원인이었고, 20일부터는 서풍에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면서 농도를 치솟게 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동아시아 전체적으로 대기가 '안정한' 상태다
고기압권 내에서는 하강기류가 우세하다. 하층 공기가 상층으로 올라 확산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통 이를 대기가 '안정한 상태' 또는 '정체한 상태'로 표현한다.
대기가 정체하면 미세먼지도 빠져나가지 못한다. 지상에 바람이 불지 않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고기압권에 놓이면 날이 맑고, 낮 동안 햇볕이 잘 내리쫴 기온이 오른다.
특히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 편에 자리하면 상대적으로 온난한 서풍이 불면서 기온이 더 상승한다.
'삼한사온'도 겨울철 대륙고기압이 이동성고기압으로 변질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면서 우리나라로 부는 북풍이 서풍으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겨울철 서풍에는 미세먼지가 실렸을 때가 많다는 점에서 삼한사온을 '삼한사미'(사흘간 춥고 나흘은 미세먼지가 짙은 현상)로 바꿔 부른 것도 나름의 과학적 근거는 있는 셈이다.
최근에도 미세먼지 농도와 기온이 같은 추세로 움직였다.
전국 일평균 기온을 보면 최근 일주일 사이 초미세먼지 일평균 농도가 가장 낮았던 15일(12㎍/㎥)에 일평균 기온도 최저(영하 1.6도)였다. 이후 초미세먼지 농도와 기온 모두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대기질은 중국 대기질에 많은 영향을 받는다.
현재도 중국의 대기질이 매우 나쁜 상황이다.
스위스 공기질 분석업체 아이큐에어(IQAIR)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기준 세계에서 대기질이 나쁜 도시 10개 중 6위인 중국 청두는 현재 초미세먼지와 미세먼지(PM10) 농도가 각각 124㎍/㎥와 146.5㎍/㎥에 달한다.
아주대 연구진이 작년 5월 발표한 '1∼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 국내 초미세먼지 관측 농도 변화 요인 분석' 논문을 보면 계절관리제 기간 국내 초미세먼지 농도와 중국 전 지역 농도 간 상관계수는 0.81에 달했다.
또 국립환경과학원 강원권 대기환경연구소가 춘천 초미세먼지 농도를 분석한 결과 2021년 12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춘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았을 때 춘천으로 분 바람 92%가 중국 동북지역과 허베이·산둥지역에서 불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제5차 미세먼지 계절관리제 기간(2023년 12월∼2024년 3월) "한반도 북·남쪽을 지나는 저기압·기압골 뒤쪽이나 서해상 또는 상하이 쪽에 자리한 고기압 때문에 북서∼남서풍이 불어 국외 미세먼지가 유입되고 고기압 영향으로 한반도 내 기류가 정체·수렴될 때 고농도 미세먼지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최근 미세먼지가 짙긴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낮아지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초미세먼지 연평균 농도는 2016년 26㎍/㎥에서 작년 15.6㎍/㎥로 낮아졌다.
이 역시 중국 대기질이 개선된 영향이 큰데 중국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014년 62㎍/㎥에서 2022년 29㎍/㎥까지 낮아졌다가 2023년 30㎍/㎥로 소폭 올랐다.
문제는 향후 중국 대기질 개선세가 둔화할 것이란 전망과 기후변화다.
정부는 최근 제2차 미세먼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하면서 "최근 중국이 탈석탄 에너지전환 정책을 완화하고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할 계획을 내놓으면서 국내 미세먼지 유입 여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온난화로 대기가 더 안정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수도 있다.
지난해 연세대와 포항공대 연구팀은 수치모델링을 통해 온난화로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우리나라는 16%, 중국 베이징은 12% 높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온실가스 감축정책이 미세먼지를 늘릴 수 있는 문제도 있다.
대표적으로 전기차는 배터리 때문에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고, 이에 타이어와 브레이크패드가 빨리 많이 마모돼 '비배기 미세먼지'가 많이 배출된다.
또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자 화석연료에 수소나 암모니아를 섞어 발전(혼소발전)하는 경우 미세먼지를 생성하는 질소산화물(NOx)이 더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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