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멕시코 25% 이어 중국에도 10% '부과 논의' 언급…"EU도 나빠"
한 대중 중간재 수출 간접 영향…캐나다·멕시코 진출 한 기업 부담
'보편관세·대중 관세 60% 부과' 최악 시나리오…한 수출 64조원 감소 전망도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무역적자 해소와 자국 산업 부흥을 위해 '관세맨'을 자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직후 중국, 캐나다, 멕시코를 첫 관세 압박 대상 국가들로 지목해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10∼20%의 보편 관세와 전략 경쟁국인 중국에 최대 60%의 추가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선거 기간 공언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2기를 맞아 무역 질서에 큰 영향을 줄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각국과 주고받기식 협상을 본격화할 태세다.
그가 아직 자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인 한국을 향해 관세 등 무역 압박성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 멕시코, 캐나다 등이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거나 북미 전진 기지라는 점에서 무역국 한국의 직간접적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 트럼프 신정부 관세 '장전 본격화'…한국에도 '유탄' 우려
22일 미국 백악관 발표와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멕시코·캐나다·중국 세 나라를 '1차 타깃'으로 삼아 관세 압력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11월 대선 승리 직후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방지에 노력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는 각 25%, 중국에는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는데 먼저 실행에 옮기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관세 부과를 "논의하고 있다"고 언급하는 등 세 나라 관세 부과를 확정적으로 언급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무역 차원을 넘어 이민, 마약 단속, 방위비 분담 등 다양한 양자 현안 해결을 위한 협상 지렛대로 관세를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낸 상황이다.
따라서 그의 지시대로 미국 정부 차원의 무역 정책 전면 재검토를 거쳐 트럼프발 '관세 전쟁' 전선이 유럽연합(EU) 등 여러 지역으로 확대되고, 관세 수위도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에 우선 무게가 실린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우선 주목하는 것은 한국의 양대 교역국인 중국, 미국 간 관세 전쟁의 향배다.
미국의 대중 추가 관세 부과는 부분적으로는 미국 시장에서 한중 기업이 경합하는 이차전지, 태양광 발전 설비, 철강 제품 등 상품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력을 높여주는 반사 효과로 이어질 수는 있다.
그러나 중국의 수출 둔화는 한국의 대중국 중간재 수출 감소 등으로 이어져 큰 틀에서 한국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더 크다는 분석이 많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작년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 중 85.86%가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 무선통신 부품 등을 포함한 중간재다.
한국은행이 작년 낸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국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공약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한국 기업이 미중 전략 경쟁에 따른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려고 미국 수출 전진 기지로 삼아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이던 멕시코와 캐나다가 트럼프 신정부의 첫 관세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멕시코와 캐나다에 실제 25% 관세를 부과하면 현지 진출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멕시코 케레타로와 티후아나에서 가전 공장과 TV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LG전자도 레이노사(TV), 몬테레이(냉장고), 라모스(전장) 등에 생산 기지를 운영한다. 기아도 몬테레이에서 연간 25만대를 생산하고 있다.
캐나다는 북미 최대 핵심 광물 생산지여서 전기차·배터리 시장 진출의 거점이 됐다.
대표적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스텔란티스의 합작공장이 캐나다 온타리오주에서 배터리 모듈을 양산하고 있다. 포스코퓨처엠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에 배터리 양극재 합작 공장을 건설 중이다.
◇ 다음 타깃으로 EU 찍은 트럼프…정부 "상반기 수출 엄중"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 관세 전쟁'이 이제 막 시작 단계로 향후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은 미국을 악용하지만, 중국만 그런 것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아주 아주 나쁘다(very, very bad)"고 직격하면서 무역전쟁 전선 확대를 예고했다.
'글로벌 무역 난타전'은 자유 무역 질서에 기대 성장해온 수출 중심국 한국에 큰 도전 요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작년 10월 보고서에서 미국이 양자 FTA가 있는 한국을 포함해 보편 관세를 부과하고, 주요국이 맞대응하는 최악 시나리오가 펼쳐진다면 한국 수출이 최대 448억달러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감소도 0.29%∼0.69%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당장 올해 1월부터 IT 제품의 글로벌 수요 둔화, 반도체 가격 하락과 함께 6일간의 설 연휴로 조업일수까지 크게 감소해 수출이 일시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중국 기업들의 밀어내기식 수출 공세 속에서 '트럼프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정부는 올해 주요 경제 성장 엔진인 수출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22일 "미 신정부 출범 등으로 수출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상반기 중 수출 여건이 특히 엄중한 만큼 준비 중인 범정부 차원 비상 수출 대책에 실효성 있는 대책이 담길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언과 달리 취임 첫날부터 관세 부과에 나서는 대신, '1차 타깃'을 좁게 잡고 일정 기간 정부 차원의 검토를 거쳐 관세 등 무역 정책의 큰 그림을 구체화하기로 하는 등 비교적 신중한 관리를 하겠다는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각국과 주고받기식 협상으로 관세를 활용할 가능성이 커 세계 보편관세와 대중 관세 60% 추가 부과 등 최악이 시나리오 현실화 가능성까지는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중국을 직접 겨냥한 공격성 언급을 자제한 점, 시진핑 주석과 통화 후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기대한다"고 언급하면서 등 비교적 유화적 언급을 한 점 등도 미중 최고 지도자간 '톱다운' 방식의 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한 기대를 키운 부분으로 지적됐다.
정부 관계자는 "관세를 부과하는 순간 미국의 인플레이션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부작용에 관한 걱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h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