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외교수장' 루비오, 日·濠·印 장관과 회동 후 공동성명
對중국 매파…장관직 수행 기간 '중국 견제' 핵심 과업으로 삼을 듯
루비오 만난 日외무상 "미일동맹 격상 뜻 일치…정상회담 조기 개최 협의"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외교 수장을 맡은 마코 루비오(53) 신임 국무장관이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 회의를 통해 외교무대에 데뷔했다.
루비오 장관은 실질적 업무 첫날인 21일(현지시간) 국무부 청사에서 쿼드 외교장관회의를 개최한 뒤 참석자인 페니 웡 호주 외교장관,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상과 각각 양자회담을 했다.
루비오 장관을 포함한 쿼드 4개국 외교장관은 회의 후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법치, 민주적 가치, 주권, 영토 완전성이 수호되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을 강화하겠다는 공동의 약속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우리 네 나라는 해양을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국제법, 경제적 기회, 평화, 안정, 안보가 인도-태평양 지역 사람들의 발전과 번영을 뒷받침한다는 신념을 유지하고 있다"며 "우리는 또한 무력이나 강압에 의해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인 행동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성명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반대' 등의 표현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등에서 이뤄지는 중국의 공세적인 행동에 대한 우려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성명은 이어 "우리는 증가하는 위협에 직면해 지역의 해양·경제·기술 관련 안전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촉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쿼드는 애초 인도양에서 발생한 재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인 2007년 설립됐으나 중국의 급부상과 함께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안보 협의체 성격으로 조금씩 변모해왔다.
루비오 장관이 중국 견제를 암묵적 목표로 삼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소(小)다자 협의체인 쿼드 회의를 자신의 외교 데뷔무대로 삼은 것은 중국 견제를 자신의 핵심 과업으로 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상원의원 시절 외교위원회에서 다년간 활동하며 대표적인 대중국 매파로 통했다.
홍콩에 대한 중국의 민주주의 및 자치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이를 주도한 홍콩 당국자들을 제재하는 법안을 발의했고, 중국 우한에서 처음 대규모로 확산한 코로나19의 기원을 밝혀내기 위한 조사를 벌여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또 중국 신장위구르자치구 등에서의 소수민족 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고, 의회에서 나오는 각종 대(對)중국 제재 움직임에서 거의 '고정 멤버'로 이름을 올렸다. 그런 그를 중국은 2020년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다.
지난 15일 상원의 인사청문회에서는 중국에 대해 "가장 강력하고 위험하며, 미국이 지금까지 직면한 적 가운데 거의 대등한 적국(near-peer adversary)"이라고 평가하고, 2030년 이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한편,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와야 일본 외무상은 루비오 장관과 미일 관계를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리자는 데 뜻을 같이 했으며,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간 정상회담을 조기에 개최하기 위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와야 외무상은 또 일본 기업의 미국 투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는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가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불허 결정으로 좌초한 상황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