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잇단 운하 위협에…파나마 "반대 해달라" 유엔에 호소

연합뉴스 2025-01-22 11:00:13

유엔사무총장에 서한 보내고 '트럼프 발언' 안보리 대응 촉구

파나마 당국, '홍콩계' 운하 운영 업체 상대 감사 개시

20일(현지시간) 파나마 운하 통과하는 대형 선박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파나마 정부가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 의지를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견제를 위해 유엔에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21일(현지시간) 파나마 일간 라프렌사파나마와 AFP통신에 따르면 엘로이 알파로 주유엔 파나마 대사는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에게 '유엔 헌장에 근거해 회원국 주권을 지지하고,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위해를 끼치는 모든 시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해 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해당 서한에는 '모든 회원국은 그 국제관계에 있어서 다른 국가의 영토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에 대하여 또는 국제연합의 목적과 양립하지 아니하는 어떠한 기타 방식으로도 무력의 위협이나 무력행사를 삼간다'는 유엔헌장 2조 4항이 강조돼 있다고 라프렌사파나마는 전했다.

파나마 당국은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는 취지의 트럼프 발언과 이와 관련한 일련의 사안을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다뤄줄 것을 유엔 측에 촉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나마는 덴마크, 그리스, 파키스탄, 소말리아와 함께 2025∼2026년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덴마크 역시 자국령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의 위협으로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나라다.

트럼프 미 대통령(왼쪽)과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참석차 스위스를 방문 중인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은 전날 별도 성명[https://www.presidencia.gob.pa/publicacion/comunicado]을 통해 "트럼프 미 대통령의 파나마 운하에 대한 취임 연설 내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운하는 영원히 파나마 국민의 것"이라고 역설한 바 있다.

앞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전날 취임 연설에서 파나마 운하를 '되찾겠다'고 선언하면서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를 의식한 듯 아넬 플로레스 파나마 감사원장은 이날 운하 항만 관리 업체인 홍콩계 CK 허치슨 홀딩스 측에 "공공 자원의 효율적이고 투명한 사용을 보장하기 위한" 감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플로레스 감사원장은 파나마 감사원 엑스[https://x.com/ContraloriaPma](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해당 회사가 파나마운하청(ACP)에 공개해야 할 수익 흐름에 대해 적절히 보고했는지 등 운영 관리 협정 준수 여부를 판단하는 게 감사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CK 허치슨 홀딩스 자회사는 파나마 운하 양 끝단 지역에 있는 발보아와 크리스토발 등 2개 항구를 운영하고 있다.

관련 계약은 2021년에 25년 연장됐다고 라프렌사파나마는 보도했다.

전 세계 해상무역 핵심 통로로 자리한 파나마 운하는 1914년 처음 개통됐다.

미국이 파나마와 조약을 맺어 건설한 뒤 80년 넘게 관리·통제하다가 1999년 12월 31일 정오를 기해 파나마에 운영권을 넘겼다.

파나마운하청[https://pancanal.com/]에서 내놓은 연례 보고서를 보면 2023년 기준 파나마 운하 전체 매출은 49억6천800만 파나마 발보아(7조2천억원 상당·1 파나마 발보아=1달러)로, 파나마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3.1%를 차지했다.

2024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기준 미국 선적 선박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1억5천706만t(톤)의 화물을 파나마 운하를 거쳐 실어 나른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4천504만t), 일본(3천373만t), 한국(1천966만t) 선적이 그 뒤를 이었다.

wald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