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램 건설로 도로 체계 개편…교통섬 중앙 공업탑 존치 어려워
특정공업지구 기념해 1967년 건립…유물적 가치 고려해 이전 추진
(울산=연합뉴스) 허광무 기자 = 대한민국 산업화를 상징하는 '울산 공업탑'이 건립된 지 약 60년 만에 이전된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도시철도(트램) 건설사업과 관련, 현재 회전교차로인 공업탑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교통섬 한가운데 있는 공업탑을 그대로 두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공업탑은 1967년 현재 자리인 남구 신정동에 건립됐다. 정식 이름은 '울산공업센터 건립 기념탑'으로, 1962년 울산을 국내 첫 특정공업지구로 지정한 것을 기념해 세워졌다.
공업탑은 톱니바퀴 모양의 단상 위에 '경제개발 5개년 계획'과 '목표인구 50만명'을 상징하는 5개의 철근 콘크리트 기둥(높이 25m)이 세계평화를 상징하는 지구본을 떠받치는 형태로 서 있다.
탑 주변에는 망치를 들고 일하는 형상의 '산업역군상'과 미국 자유의 여신상을 본떠 만든 '여인상' 등 2개 동상이 있다.
공업탑은 평양미술학교를 나온 조각가 고(故) 박칠성씨가 만들었는데,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나라가 가난해 여인상을 화강석이 아닌 시멘트로 시공해 마음이 아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여인상은 2011년 청동상으로 다시 만들어졌다.
산업역군상에는 '4천년 빈곤의 역사를 씻고 민족 숙원의 부귀를 마련하기 위하여 우리는 이곳 울산을 찾아 여기에 신(新)공업도시를 건설하기로 하였습니다'로 시작하는 '울산공업센터 기공식 치사문'이 새겨져 있다.
울산공업도시 지정 취지를 잘 알 수 있는 이 치사문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남긴 것으로, 마지막에는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육군대장 박정희'라는 서명이 있다.
공업탑은 울산이 세계로 뻗어나가 공업 한국의 새 역사를 창조하고자 했던 시민의 염원을 잘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고, '울산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나 상징물'로도 꾸준히 꼽히며 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급속한 도시 개발이 진행되면서 1980년대 공업탑 주변은 현재 형태처럼 도로 5개가 만나는 로터리가 됐다.
울산의 최대 교통 요충지로 꼽히는 공업탑로터리는 출퇴근 시간대 통행 차량만 시간당 평균 6천300∼6천500대에 달한다.
특히 교통섬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대형 로터리 특성 때문에 운전이 어렵기로 악명높은 구간으로도 꼽힌다.
실제로 2019∼2023년 5년간 130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9월까지 3년간 보험금을 노린 고의 교통사고도 43건이나 일어나 '전국 15개 시내 교차로 중 고의 교통사고 1위'라는 불명예도 얻었다.
울산시는 2029년 개통을 목표로 남구 신복로터리∼태화강역 11㎞ 구간에 트램을 건설하는 사업을 추진하면서, 이 노선이 지나는 공업탑로터리를 평면교차로로 전환하기로 했다.
회전교차로 내부 교통섬이 없어지면서 현재 공업탑은 이전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다만 울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유물인 만큼 아예 없애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이전해 그 가치를 이어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지난해 울산시가 공업탑 로터리 교통체계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개최한 '울산교통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공업탑 이전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후보지로 울산대공원, 태화강역 광장, 울산박물관 등을 거론했다.
울산시 관계자는 22일 "트램 건설에 따라 현재 공업탑은 시민 의견을 수렴해 자리를 옮기는 방안이 추진될 것"이라며 "다만 이전을 위해서는 시설물 상태나 이전지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서 그 방법이나 시기 등은 아직 결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hk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