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징역 40년 주모자 둘도 석방…'의회 난입' 무더기 사면 논란

연합뉴스 2025-01-22 10:00:25

트럼프, '1·6사태' 관련자 1천500여명 사면·14명 감형 행정명령

권력기반 강해진 트럼프의 '선택적 정의' 우려…공화, 사실상 침묵

백악관서 기자회견 한 트럼프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인 20일(현지시간) 단행한 2021년 의회 난입 사태(1·6사태) 관계자 1천500여 명에 대한 사면·감형이 후유증을 예고하고 있다.

행정·의회 권력을 모두 트럼프와 그의 정당인 공화당이 장악하고, 연방 대법원마저 판사 성향상 확고한 보수 우위(6대3)인 상황에서 강력한 권력 기반을 갖춘 가운데 출범한 트럼프 집권 2기의 법무·사법 행정을 둘러싼 공정성 논란을 예고한 일이라는 분석까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1·6 사태 관계자 1천500여 명을 사면하고 14명을 감형했다.

1.6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이 패한 지난 2020년 대선 결과에 불복한 트럼프 극렬 지지자들이 이듬해 1월 6일 조 바이든 당시 후보의 승리를 확정하려는 연방의회 의사당에 난입해 난동을 부린 사건이다.

당시 폭력을 동반하며 7시간 동안 이뤄진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점거로 경찰관 140명 이상이 부상하고 트럼프 지지자 4명과 경찰관 5명이 직간접적 영향으로 목숨을 잃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및 당선인 시절 1·6사태 관계자에 대한 사면을 거론해왔기에 사면 자체는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일이지만 논쟁을 키운 지점은 그 대상이 전면적이라는 데 있다.

美 의사당 난입 관련 징역 22년 받았으나 사면된 타리오

폭력 사태를 주도했던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전 리더 엔리케 타리오와, 오스 키퍼스(Oath Keepers)의 창립자 스튜어트 로즈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감형 관련 행정명령 서명 후 수 시간 만에 풀려난 사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됐다.

각각 1심에서 징역 22년과 징역 18년이 선고돼 복역 중이었던 두 사람이 풀려난 것은 이번 사면·감형이 JD 밴스 부통령 등이 거론한 '폭력 행위 가담자를 제외한 선별적 사면'이 아닌 사실상 '전면적 면죄부'임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일부 주동자에 대한 형량이 "말도 안 될 정도로 과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관련 피고인들에 대해 "나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며 사면·감형은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법원의 판사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사면 결정 이후 관련 사건들을 기각하기 시작했고, 검사들은 아직 재판에 회부되지 않은 관계자들의 사건을 종결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이번 사건이 자기편과 적진을 선명히 가르는 '트럼프식 정의'를 예고한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AP통신은 "밴스 부통령까지 '사면불가'를 분명히 밝혔던 '경찰 폭행 가담자'마저 사면한 것은 트럼프가 과거 정치적으로 생각할 수 없는 일로 여겨진 행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대담해진 가운데 권력에 복귀했음을 보여준다"고 썼다.

또 바이든 행정부 시절 자신을 형사기소했던 연방 법무부를 급격하게 정비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획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AP는 진단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프린스턴대 역사학자 줄리안 젤라이저는 "이번 사면의 함의는 명확하다"며 "트럼프는 자신의 이름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의 '가족 사면'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담한 사면에 일부 '빌미'를 제공했으며, 트럼프의 이번 사면에 대한 비판이 양 진영 간 정치 공방의 소재로 묻힐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전 대통령은 총기 불법 소지죄로 유죄 평결을 받은 차남 헌터를 사면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뒤집어가며 작년 12월 사면했고, 재임 마지막 날이었던 20일엔 동생 부부 등 가족 5명에 대해 미래의 처벌 가능성을 차단하는 '선제적 사면'을 단행해 역시 논란을 불렀다.

한편 이번 사면에 대해 여당인 공화당 의원들은 대체로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지적했다.

성명 발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거의 없고, 미치 매코널 상원의원(켄터키), 빌 캐시디 상원의원(루이지애나) 등이 언론과의 인터뷰 등에서 원론적인 문제제기를 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심지어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인 존 튠 의원(사우스다코타)은 "과거를 돌아보고 있지 않다"며 전면적이었던 이번 사면에 대해 "케이스 바이 케이스(사례별)로 이뤄진 것"이라며 변호했다.

2021년 1월 6일 미연방의회 난입 사태 당시 사진들

jh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