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원자 쪼갰다" 트럼프에 러더퍼드 고향 뉴질랜드 발끈

연합뉴스 2025-01-22 10:00:15

"뉴질랜드인 러더퍼드가 1917년 영국 빅토리아대서 성공"

'원자 쪼개기 첫 성공' 해석 다양하지만 미국은 해당 없어

"원자 쪼개기 첫 성공은 뉴질랜드인 러더퍼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기 취임사에서 미국의 업적 중 하나로 '원자 쪼개기'를 꼽은 데 대해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1871∼1937)의 고향인 뉴질랜드가 발끈했다.

닉 스미스 뉴질랜드 넬슨시 시장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원자 쪼개기'를 한 최초의 인물은 넬슨 근처 브라이트워터에서 태어난 러더퍼드였으며 연구는 1917년 영국 맨체스터 소재 빅토리아대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러더퍼드는 알파입자(헬륨의 원자핵)를 질소 원자핵에 충돌시키니 다른 원소로 변환되고 고에너지 양성자가 배출되는 것을 확인했으며, 이 실험은 인위적으로 핵반응을 일으킨 첫 사례로 흔히 꼽힌다.

'핵물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러더퍼드는 이 실험에 관한 연구논문을 1919년에 발표했으며, 1931년에는 영국 국왕에 의해 '초대 넬슨 남작'으로 책봉됐다.

스미스 시장은 "대통령이 뉴질랜드 주재 미국 대사를 임명하면 대사를 넬슨으로 초청해 브라이트워터에 있는 러더포드 경 기념관을 방문토록 하고 누가 원자를 최초로 쪼갰는지에 대한 기록을 정확히 유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이 쓴 '원자 쪼개기'라는 표현이 여러 가지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최초로 한 인물을 러더퍼드로 꼽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있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어떤 해석을 택하더라도 미국인이나 미국 기관이 최초라고 할 수는 없다.

맨체스터대에 조교수로 재직중인 과학기술사학자 제임스 섬너는 영국 BBC 방송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자 쪼개기'를 원자폭탄 만들기와 혼동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말 뜻을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얘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원자 쪼개기'라는 말의 뜻이 명확하지는 않고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섬너 교수는 "'쪼개기'라는 말을 같은 크기 또는 대략 비슷한 크기의 두 조각으로 쪼개고,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아는 상태로 의도적으로 그렇게 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면, 그것은 조금 더 나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의미라면, 러더퍼드가 이끄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캐번디시 연구소 연구팀에서 영국인 존 더글라스 코크로프트와 아일랜드인 어니스트 월튼이 1932년에 입자가속기를 이용해 리튬 원자핵에 양성자 빔을 쏘아 핵을 쪼갠 것이 사상 첫 사례가 된다.

또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원자폭탄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으로 직결된 우라늄 235 핵분열의 발견은 1938년 독일 베를린 소재 카이저 빌헬름 화학연구소에 재직중이던 오토 한, 프리츠 슈트라스만의 실험과, 나치를 피해 스웨덴에 머무르던 물리학자 리제 마이트너와 그의 조카 오토 로베르트 프리슈의 실험결과 분석과 이론적 설명에 의해 이뤄졌다.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