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총리, 머스크에 "극우 지지 용납 못해"(종합)

연합뉴스 2025-01-22 07:00:17

'바보' 조롱 참았지만…'나치 경례' 논란에 버럭

"트럼프 행정부에 흥분 않고 자유무역 지킬 것"

일론 머스크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21일(현지시간) 유럽 정치개입 논란을 일으키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극우 지지 발언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머스크의 '나치 경례' 논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미 말했듯 유럽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독일에서는 억만장자라도 원하는 말을 할 수 있다"면서도 "극우 입장을 지지한다면 우리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독일대안당(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다'는 내용의 기고를 독일 주간 빌트암존타크에 싣고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엑스(X·옛 트위터)에서 라이브 대담을 하는 등 극우로 분류되는 AfD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머스크는 숄츠 총리와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을 "바보",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을 "반민주적 폭군"이라고 지칭하며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 등 독일 진보 진영에는 반감을 드러냈다.

숄츠 총리는 이달 초 주간 슈테른 인터뷰에서 머스크의 조롱에 대해 "소셜미디어에는 특이한 말로 관심을 끌려는 사람이 많다. '트롤(troll·관종)에게 먹이를 주지 말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연설하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머스크는 전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축하행사에서 연설 도중 가슴에 손을 얹은 뒤 대각선으로 뻗으며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동작을 두 차례 해 구설에 올랐다. 나치 본고장 독일에서는 손바닥 각도 등을 볼 때 '나치 경례가 확실하다'는 반응과 '자폐성 장애인의 서툰 동작'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엇갈리고 있다.

머스크는 2023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반유대주의 음모론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2021년에는 TV 토크쇼에 출연해 자폐성 장애의 일종인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고백했다.

숄츠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행정부가 세계를 긴장시킬 게 분명하다"며 "불필요한 흥분이나 분노 없이 이 모든 걸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에 대해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잘못이 아니고 우리 모두 그렇게 한다"며 "다만 협력과 이해는 대부분 각자 이익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또 "유럽과 미국의 긴밀한 협력이 전 세계 평화와 안보에 필수적이고 성공적 경제발전의 원동력"이라며 "다른 파트너들과 함께 번영의 기반인 자유무역을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CDU 대표

내달 독일 총선에서 총리 자리를 노리는 중도우파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흥미로운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유럽이 단합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츠 대표는 다보스포럼 토론에서 미국 방위산업을 예로 들어 "트럼프는 협상가이므로 우리가 무엇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자"며 "유리한 입장에서 미국 측과 협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숄츠 총리가 국제관계에 소홀했다며 친트럼프 인사로 꼽히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에게 의구심을 갖는 걸 이해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전통적 유럽 파트너인 프랑스 외에 이탈리아·폴란드와도 긴밀한 관계를 모색하겠다고 덧붙였다.

dad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