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전후 안보 보장에 최소 20만 평화유지군 필요"(종합)

연합뉴스 2025-01-22 05:00:10

다보스포럼 연설 "유럽, 美 우선순위 아냐…자강·단결해야"

"북한군 전투 지역, 평양보다 다보스에 가까워…단합된 국방 필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제네바·로마=연합뉴스) 안희 신창용 특파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전후 안보 보장을 위해 최소 20만명의 평화유지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특별연설을 마친 뒤 패널 인터뷰에서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와 관련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유럽 전체에서? 최소 20만명"이라며 "최소한 그 정도는 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럽 평화유지군 파병 논의는 휴전 이후 러시아의 추가적인 군사적 위협을 방지하고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안보를 보장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돼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미국의 지원이 불확실해지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중심으로 유럽이 독자적으로 평화유지군을 구성해 우크라이나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이었던 지난달 7일 프랑스 파리 방문 중 마크롱 대통령, 젤렌스키 대통령과 3자 회동에서 유럽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며 휴전을 감시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양국 팀들이 회담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현재 진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취임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공언했지만 구체적인 해법은 밝히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종전 협상에서 우크라이나 군대 규모를 5분의 1로 축소할 것을 요구할 것이 분명하다면서 "우리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그는 이날 특별연설에서 안보와 경제 등 전 분야에서 유럽이 경쟁력과 단결력을 강화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내린 행정명령은 미국이 생각하는 우선순위를 보여줬다"며 "미국은 유럽이 자국에 실질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으로 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되면 세계는 유럽을 빼고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할 것이고 유럽인에게 유익하지 않은 일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문제를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중국과 이 문제를 협상할 때 유럽의 말을 듣겠느냐"며 "유럽은 세계가 무시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완전히 돌볼 방법을 찾아야 하고 단결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결의 이유로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들었다. 그는 "러시아와 포괄적인 동맹 조약을 맺은 북한의 군대는 이제 평양보다 다보스에 더 가까운 곳에서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경제력은 유럽보다 훨씬 작지만, 유럽 전체를 합친 것보다 몇 배 많은 군사 장비를 생산하고 있으며 이것이 러시아가 전쟁을 선택한 이유"라면서 "한 국가가 혼자 지킬 수 없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이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서 뒤처졌고, 미·중 양국과의 관세 분쟁에서도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있다면서 "무기 생산에서 기술개발에 이르기까지 유럽 전체를 위한 중요한 결정은 모두가 함께 내려야 한다. 유럽이 가장 매력적인 시장이 되는 건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유럽은 강해질 자격이 있고 이를 위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필요하다"며 "미국도 유럽을 필수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prayerahn@yna.co.kr, changy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