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파리협정 탈퇴…국제사회, 기후 대응 후퇴 우려

연합뉴스 2025-01-22 04:00:10

유엔 탈퇴 통보 후 1년 뒤 효력 발생…"수치스러운 결정"

국제 협력에 심각한 분열 발생할라…도미노 효과 우려

각종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트럼프 대통령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취임하자마자 파리 기후변화 협정 탈퇴에 서명하면서 국제 사회의 기후 위기 대응이 다시금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세계 온실가스 배출국 2위인 미국이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한 것은 "해롭고 수치스러운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기후 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 파리 협정에서 탈퇴하는 행정명령과 유엔에 보내는 통보 서한에 서명했다. 2017년 첫 임기 때 협정에서 탈퇴한 결정을 반복했다.

파리 협정은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국제 협정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수준 대비 섭씨 2도 이하로 유지하고, 가능하면 1.5도 이하로 제한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국가별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설정해 이행하기로 했다.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Net Zero Emissions)을 달성하자는 장기 목표도 세웠다. 전 세계 195개국이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은 2016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협정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듬해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은 파리 협정이 기업 활동에 방해된다며 협정 탈퇴를 선언했다.

다만 협정 발효(2016년 11월4일) 후 3년이 지난 이후에만 탈퇴 요청이 가능하고, 유엔 공식 통보 후 1년 뒤 효력이 발생한다는 파리 협정 규정에 따라 2020년 11월4일에서야 미국의 탈퇴가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했다.

이후 2021년 1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파리협정에 복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 협정 탈퇴는 이번에도 '유엔 통보 후 1년' 유예에 따라 2026년 1월까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석유 등 시추 확대를 의미하는 "드릴, 베이비, 드릴"(drill, baby, drill) 슬로건

전문가들은 미국이 파리협정에서 탈퇴해도 전 세계적인 생태 전환 흐름을 뒤집을 수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한시가 바쁜 지구 온난화와의 싸움 속도가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 '과학자 연합'의 레이철 클리터스는 프랑스 일간 르몽드에 "이 결정은 해롭고, 수치스럽고, 불공정하며, 과학과 기후변화의 위험한 영향에 직면한 인류의 현실과 완전히 모순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이 향후 4년간 온실가스 배출을 대폭 줄이기 위한 책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1.5도 목표 달성을 위한 마지막 희망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가 다른 협정 서명국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벨기에와 프랑스에서 활동하는 환경 전문가 프랑수아 제멘은 파리협정의 핵심 원칙은 '보편성'이며 당사국들의 자발적 참여를 기반으로 한다면서 "도미노 효과가 발생하면 보편성이 무너질 뿐만 아니라 국제 협력에 심각한 분열이 발생할 수 있다"고 엑스(X·옛 트위터)에 적었다.

그는 이어 올해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제30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30)를 앞두고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미국이 포기한다면 다른 국가들의 더 강력한 약속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비관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사무총장도 국제 사회가 지구 온난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가뭄, 산불, 폭풍과 같은 기후 재앙은 계속 악화할 것"이라며 "파리협정에 문은 여전히 열려 있으며, 모든 국가의 건설적인 참여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COP21의 의장으로 파리 협정 체결을 이끌었던 로랑 파비우스 전 프랑스 외무 장관도 "이 결정은 과학적 증거에 반하는 심각한 결정이지만, 기후 변화에 맞서 중요한 싸움을 계속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며 국제 사회의 흔들림 없는 위기 대응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 캔자스주의 풍력 발전 단지

s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