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통합·진입장벽 완화·에너지값 인하 초점…실현 가능성은 '글쎄'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중국에 뒤처진 산업 경쟁력을 되살리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예고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내주 경쟁력 강화를 위한 5개년 로드맵을 공개한다고 밝혔다.
'경쟁력 나침반'(Competitive Compass)이라고 명명된 로드맵은 지난달 폰데어라이엔 2기 집행부가 공식 출범하며 최우선 순위로 마련하겠다고 공약한 사안이다.
미·중과의 혁신 격차를 메우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경쟁력 나침반'은 EU 자본시장 통합, 산업 진입장벽 완화, 에너지 가격 절감 등 세 가지 전략에 기반을 둘 예정이다.
이 가운데 자본시장 통합 관련 "유럽 가계 저축 규모가 1조4천억 유로인 데 비해 미국은 8천억 유로"라며 "그러나 정작 역내 자본시장이 분산돼 있고 해외로 유출돼 유럽 기업들이 (투자금으로) 활용하고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의 행정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EU 전체에 적용되는 단일 규칙인 일명 '28번째 제도'(28th regime) 마련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8번째 제도'는 EU 27개 회원국별로 규제가 달라 스타트업들이 행정적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법에서 조세에 이르기까지 EU 전역에서 통일된 규칙을 마련하자는 구상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에너지값 인하가 꼭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량을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대비 75% 줄이는 등 러시아산 화석연료 탈피 성과를 거뒀지만 "대가가 뒤따랐다"며 유럽 가정과 기업이 여전히 높은 에너지 비용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공급원을 확대하고 일부 회원국에서는 원전을 통한 에너지 공급을 지속적으로 다각화해야 한다"며 EU 회원국 간 청정·저탄소 전력망을 통합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한 별도 계획도 내달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야심찬' 계획이 실현 가능할지는 불분명하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EU 경제의 근간인 제조업이 수년째 고전하고 있는 데다가 그가 이날 언급한 자본시장 통합과 같은 아이디어는 여러 차례 논의가 이뤄졌으나 좀처럼 회원국 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EU를 상대로도 고강도 통상 압박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걸림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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