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재단장하며 집무실 역대 대통령 초상화도 성향 따라 교체돼
처칠 흉상·레이건 카펫도 복귀…WSJ "집무실 개인화, 정권교체 상징"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백악관 집무실도 몇 시간 만에 새 단장을 마쳤다.
새 주인을 맞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엔 제32대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의 초상화가 사라지고 대신 트럼프 대통령이 흠모하는 제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의 초상화가 다시 걸렸다.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개조 작업은 이날 오전 불과 몇 시간 동안 이뤄졌다.
작업 당시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현직으로서 백악관 건물에 머물고 있었고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진행되는 동안 재단장이 마무리됐다.
가장 큰 변화는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의 귀환이다.
군인 출신인 잭슨 전 대통령은 지금껏 미국에서 전쟁 영웅으로 불렸고, 미국인들에겐 20달러짜리 지폐에 그려진 인물로 더 친숙하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를 걸어둔 전직 미국 대통령은 많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유독 잭슨 전 대통령에 애정을 표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1기 재임 시절에도 집무실에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를 걸어뒀다.
다만, 잭슨 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 중 역사적으로 평가가 엇갈리는 인물이기도 하다.
후대에 가장 비판받는 부분은 그가 시행한 아메리카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이다.
잭슨 전 대통령은 1830년 제정된 '인디언 추방법'에 따라 미시시피강 동쪽에 살던 아메리카 원주민을 아칸소와 오클라호마의 보호 구역으로 강제 이주시켰고, 강제 과정에서 4천여명의 원주민이 추위와 전염병 등으로 숨졌다.
이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정책 기조가 잭슨 전 대통령이 시행한 원주민 강제 이주 정책과 닮았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2021년 트럼프 대통령의 뒤를 이어 백악관의 주인이 된 바이든 전 대통령은 잭슨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없애고 대공황과 2차 세계대전의 위기를 돌파한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걸었다.
그러나 이날 다시 백악관 주인 자리를 되찾은 트럼프 대통령은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초상화를 내리고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를 다시 불러들였다.
잭슨 전 대통령의 새 초상화는 백악관 예술 소장품에서 가져온 것으로, 미 해군사관학교에서 대여해 온 첫 임기 때 초상과는 다른 작품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다시 등장한 것은 잭슨 전 대통령 초상화뿐만이 아니다.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1년 취임하면서 집무실에서 치웠던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의 흉상도 이날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집무실 책상에 놓이는 이른바 '콜라 버튼'도 4년 만에 다시 설치됐다고 WSJ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 업무 중 좋아하는 다이어트 콜라를 마시고 싶어지면 이를 가져올 것을 지시하기 위해 콜라 버튼을 설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AF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버튼의 재설치 여부를 확인해주지는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1기 재임 시절 집무실에 깔았던 카펫도 되돌아왔다. 이 카펫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이 처음 사용했던 것으로, 카펫 설치를 위해 '결단의 책상'(미 대통령 전용책상)을 분해 후 재조립해야 했다고 WSJ은 소개했다.
WSJ은 "역대 미 대통령들은 추구하는 가치와 행정부의 정책목표를 강조하는 예술품과 유물을 선택해 집무실을 개인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새 대통령이 취임할 때마다 새로 꾸며진 집무실은 정권교체를 상기시키는 상징이 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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