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강 첫날 본과 3학년 40여명, 4학년 30여명 수업 참석
의사 온라인커뮤니티서 '매국노'·'족쳐야' 공격…"위협 느껴 도움 요청하기도"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서울대 의대 3·4학년 새 학기 강의가 개시되면서 첫날 70여명의 학생이 강의실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복귀 사실이 알려지자 의사 커뮤니티엔 실명이 적힌 '복귀자 블랙리스트'가 돌았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개강한 서울의대 본과 3학년 '임상 추론' 과목의 세부 강의에는 40명 정도가 출석했다. 서울의대 학년별 정원은 135명이지만 휴학과 유급 등으로 실제 전체 인원은 140명가량이다. 전체의 약 30%가 출석한 것이다.
같은 날 서울의대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진행된 '인간·사회·의료' 과목의 세부 강의에도 30여명이 출석했다.
다만 이와 관련해 서울대 의대 학생회 측은 강의실에 '구경을 간 사람'도 있어 복귀자 규모가 실제보다 부풀려졌으며, 다른 학년의 경우 큰 상황 변화가 없고, 수업 복귀자의 휴학계 제출도 아직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학생들의 수업 참여 소식이 전해지자 의사 익명 커뮤니티에서는 출석자의 학년·실명이 게재된 '서울의대 복귀자 명단'과 함께 이들을 향한 인신공격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의사·의대생 신분을 인증해야 활동이 가능한 의료계 커뮤니티 메디스태프에는 학년과 실명이 표기된 '복귀자 명단'이 유포되고 있는 상태다.
일부 이용자들은 '전체 명단을 보내달라', '잡아 족쳐야 한다', '돌아간 30%를 빨리 잘라내고 고립시켜야 한다', '뿌리까지 뽑아버려야 한다', '매국노다' 등의 악의적 비난을 퍼부었다.
일부는 '서울의대 본과 3학년 대표는 친일파 이완용이다', '병원에 오면 가만 안 두겠다'고 학생 대표들에게 위협을 가하기도 했다.
또 서울의대 본과 4학년생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에는 타 대학 의대생 일부가 난입해 이들을 복귀하지 못하도록 압박하고 공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채팅방은 현재 개설자에 의해 강제로 종료된 상태다.
서울의대 교수 비대위원장을 지낸 강희경 교수는 "위협을 느낀 학생이 모 교수님께 도움을 요청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개강 이틀째인 21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만난 학생과 교수 등은 모두 말을 아꼈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 건물에서는 본과 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간·사회·의료 과목의 '의료적정성' 강의 등이 진행됐는데 학교 측은 취재진의 건물 통제를 출입하는 등 외부인 출입에 민감한 모습이었다.
수강생으로 추정되는 이들도 인터뷰를 피했고 강의를 진행한 교수도 참석 인원이나 분위기에 대해선 확인해 주지 않았다. 서울대 의대 교무행정실 측은 수강신청 인원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학생들이 돌아왔으면 좋겠지만, 현재 분위기가 앞으로의 복귀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전국 의대 가운데 가장 먼저 개강한 서울대 의대의 3·4학년 상황은 다른 학년과 타 대학 복귀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대 본과 2학년은 2월에, 1학년은 3월에 각각 개강하며 다른 의대들도 학년에 따라 1∼3월 중 새 학기를 시작한다.
또 다른 서울의대 교수는 "개강 전인 다른 의대나 본과 다른 학년들에도 동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등록금 납부가 끝나면 최종 복학 인원 숫자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대 의대 재학생·복학생 등록금 납부 기간은 다음 달 20∼26일이다. 복학(복귀) 신청 기간은 내달 28일까지다.
fat@yna.co.kr